작약밭 첫해, 자연과 마주하다
형님이 돌아가신 뒤, 오랫동안 손길이 닿지 않아 비어 있던 땅에 올해는 새로운 작물을 심어보기로 했다.
귀촌 후 지켜본 결과, 작약은 이곳에서 잘 자라는 식물이었다. 해마다 자연 발아한 작약을 몇 뿌리씩 옮겨 심었고, 그때마다 무리 없이 자라는 모습을 보며 마음속에 작은 확신이 쌓여 갔다. 그래서 이 땅을 작약밭으로 만들어, 우리 집만의 조용하고 화사한 풍경으로 가꾸어 보기로 했다.
몇 년 묵은 땅을 깨우는 일
몇 년 동안 관리하지 않았던 밭이라 먼저 거름을 고루 뿌려 흙과 잘 섞이도록 했다.
풀은 무성했고, 뿌리는 깊게 박혀 있어 한 번으로는 부족했다.
여러 차례에 걸쳐 관리기로 밭을 갈았고, 그 사이사이 밭의 상태를 살피며 시간을 들였다.
그렇게 밭이 조금씩 제 모습을 찾아가자, 삽과 괭이로 고랑을 만들었다.
뒤뜰에 자연 발아한 작약들을 하나씩 캐어 옮겨 심고, 물을 넉넉히 주었다.
조용히 시작된 작은 작약밭이었다.
예상치 못한 손님, 멧돼지
일주일 뒤 다시 찾은 밭에는 낯선 흔적이 남아 있었다.
멧돼지가 내려와 먹이를 찾으며 밭을 헤집어 놓은 것이었다.
정성껏 만든 고랑은 여러 곳이 무너져 있었고, 그 속에서 많은 작약들이 말라 있었다.
갈아 놓은 흙도 지렁이나 땅강아지를 찾는 흔적으로 여기저기 뒤집혀 있었다.
자연 속에서 밭을 일군다는 것은, 이렇게 예상하지 못한 만남을 함께 받아들이는 일이기도 했다.
다시 고치고, 다시 심다
밭을 지키기 위한 방법이 필요했다.
작년에 쓰고 남아 있던 방지망을 꺼내 밭 둘레에 설치했다.
그리고 다시 흙을 고르고, 살아남은 작약에 물을 주었다.
뒤뜰의 작약들을 더 옮겨 심고, 새로운 고랑을 만들어 밭을 조금 더 넓혔다.
처음보다 더 조심스럽게, 그리고 조금 더 단단한 마음으로 다시 시작했다.
첫해의 배움
조용히 시작한 작약밭이었지만, 첫해부터 자연과 부딪히게 되었다.
그래도 그동안의 경험 덕분에 어떻게 다시 가꾸어야 할지, 어떻게 지켜야 할지 알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작약밭을 이어가고 싶은 마음은 오히려 더 깊어지고 있었다.
자연은 때로는 빼앗아 가지만, 다시 시작할 이유도 함께 남겨 두는 것 같았다.
작은 팁 (경험에서 얻은 것)
- 몇 년 묵은 밭은 반드시 여러 번 갈아야 한다
- 시비는 미리 충분히, 그리고 흙과 잘 섞이도록
- 작약 이식 후에는 초기 물 관리가 중요
- 멧돼지 대비는 초기부터 방지망 설치가 가장 효과적
마무리
오늘도 밭을 한 번 더 돌아보며 생각했다.
이곳에서의 삶은 늘 계획대로 흘러가지는 않지만,
그 안에서 조금씩 배우고 단단해진다는 것을.
오늘의 바람이 당신의 하루에도 닿기를.
— 산들바람 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