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귀리 단풍 예찬
가을이 빚어낸 색의 향연, 물안계곡을 걷다 금요일 오후 7시쯤 시골집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고양이들을 불러 모아 사료를 챙겨 주고, 부랴부랴 아궁이에 불을 붙였다. 바싹 마른 잔가지를 밑에 깔고 토치로 불을 붙이니 금세 불길이 살아난다. 처제네 부부가 사준 참나무 장작이 잘 말라 있어 불을 지피기가 한결 수월하다. 불이 자리를 잡고 나면 때에 맞추어 장작이나 작은 통나무를…
금요일 저녁, 시골집에 들어와 가장 먼저 고양이들 밥을 챙겼다. 우리가 오기를 기다렸는지 형님댁 마당에 차를 주차하는데, 데크 위에 앉아 있던 고양이 다섯 마리가 차를 세우는 모습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짐을 챙겨 들고 “얘들아, 밥 먹으러 가자.” 하고 집으로 향했더니 고양이들도 부지런히 뒤따라 움직인다. 주중에 나무를 쪼개는 유압도끼를 구입했다. 작동 상태를 확인하면서 미리 쪼개 놓은 참나무…
목요일 늦은 시간, 시골집에 들어갔다. 기다리는 사람은 없었지만 시골집은 언제나 푸근함을 안겨준다. 마치 아무 말 없이 자식을 품어주는 어머니 같은 존재이다. 늦게 도착했는데도 고양이들이 돌담 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몇 마리인지 세어보고 보이지 않는 아이들을 불러본다. “양이야, 미래야, 코순아, 반이야, 미투야…….” 목소리를 알아듣는 것인지 한 마리, 두 마리 모습을 드러내며 모여든다. 세어보니 앞쪽에 다섯 마리, 뒤쪽에…
마지막 풀 정리 무더위와 경쟁이라도 하듯 자라던 집 주변과 형님댁 둔덕의 풀들이 가을바람과 더불어 성장의 속도를 늦추기 시작했다. 여름비가 한바탕 지나가고 나면 원망이라도 해야 할 만큼 쑥쑥 자라던 풀들이다. 그런데 이제는 가을바람에 고개를 숙이며 최소한의 성장만 이어가는 듯하다. 계절이 바뀌고 있음을 풀들이 먼저 알아차린 모양이다. 올해 마지막으로 집 주변과 형님댁 둔덕의 풀을 정리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예초기의…
봄바람과 함께 깨어난 정원 겨우내 긴 잠에 빠져 있던 정원이 봄바람과 함께 하나둘 깨어납니다.새싹이 돋고 꽃망울이 터지기 시작하면 정원은 어느새 저마다의 목소리로 봄이 왔음을 알려줍니다. 꽃잔디는 봄이 왔음을 가장 먼저 알려주는 정원의 전령입니다. 보라색과 흰색의 작은 꽃들이 땅을 덮으면 겨울의 흔적은 어느새 사라지고 정원은 화사한 봄빛으로 물듭니다. 샤스타데이지는 노란 속살을 하얀 꽃잎이 둘러싼 모습이 마치…
전원교향곡과의 만남 대학원에 다니던 시절이었다. 정치교육을 강의하시던 교수님께서 춘천에 세컨드하우스를 마련했다며 한번 놀러 오라고 하셨다. 별생각 없이 찾아간 곳은 춘천 감정리에 자리한 자그마한 시골집이었다. 그날의 풍경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여름날 풀벌레 소리가 들리고, 방금 쪄낸 옥수수 냄새가 났다. 커피 향이 그 사이로 섞였고, 무더운 날씨 탓에 온몸에는 땀이 배어 있었다. 그리고 어디선가 베토벤의 교향곡…
춘천에는 대중교통 이용이 불편한 농촌지역 주민들을 위한 ‘희망택시’가 운행되고 있다. 희망택시 대상 마을은 기본적으로 10가구 이상이 거주하면서 버스 운행 횟수가 편도 6회 이하이거나, 마을 중심지에서 가장 가까운 버스 승강장까지 1km 이상 떨어져 있는 곳이다. 마을에서 신청하고 춘천시의 승인을 받아 희망택시 운행 마을로 등록된다. 2025년 기준 춘천에서는 7개 면·동, 31개 마을에서 희망택시가 운행되고 있다. 이용 방법도…
작약과 목단이 꽃을 피우고 진 자리에 씨를 맺었다. 올해 여름은 유난히 뜨거웠다. 뜨거운 햇살과 살인적이라는 말이 어울릴 만큼 이어진 무더위 속에서도 작약과 목단은 묵묵히 씨앗을 키웠다. 하루 이틀 날이 갈수록 씨방은 점점 통통해졌고, 그 안에서는 내년을 준비하는 씨앗들이 여물어 갔다. 아무리 뜨거운 여름이라도 씨앗이 익어가는 것을 막지는 못하는 모양이다. 처제 부부는 일요일 저녁에 시골집에 들어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