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찬탄하며 [비가 가르쳐 준 것들]
올봄에는 작약과 토종작약, 구절초, 국화, 수레국화, 삽주, 끈끈이대나물, 기린초 등을 새로 심거나 자리를 옮겨 심으며 많은 시간을 보냈다.
아침 저녁으로 물을 주고, 풀을 뽑고, 작은 변화 하나에도 마음을 쓰며 식물들과 함께 하루하루를 살아갔다.
하지만 정성을 들인다고 해서 모든 식물이 사람의 마음처럼 자라주는 것은 아니었다.
형님 밭으로 옮겨 심었던 작약들은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뜨거운 태양볕을 견디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그 모습을 보며 작약은 역시 반음지를 좋아하는 식물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장소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옮겨 심는 시기도 뿌리가 여린 봄 보다는 뿌리가 충분히 자란 가을이 더 적절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토종작약은 저녁이면 그늘이 드는 곳으로 심었다. 그늘이 들고, 뿌리가 튼실한 개체들을 심은 덕분인지 서서히 뿌리를 내리며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구절초와 국화는 비 오는 날을 선택해 옮겨 심었다.
촉촉한 흙은 식물들의 뿌리내림 몸살을 조금 덜어주는 듯했다.
수레국화는 풀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여기저기 영역을 넓혀가며 옮겨 심었고, 끈끈이대나물은 벽돌 틈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강인한 생명력을 보여주어 집 곳곳으로 옮겨 심게 되었다.
삽주는 구근을 구입해 작약밭 한쪽 구석에 네 줄이나 심어두었지만, 한참 동안 올라올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정성껏 물을 주며 기다렸지만 마음 한켠에는 혹시 잘못된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도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비가 내린 뒤였다.
토종작약의 상태를 보기 위해 집 뒤편으로 올라갔다가 순간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이렇게 토종작약이 생기 넘쳤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잎은 싱싱했고 줄기는 힘이 넘쳐 보였고, 삽주도 하나둘씩 몸살을 이겨내듯 작은 싹을 올리고 있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땅을 뚫고 올라오는 어린 싹들을 바라보며, 식물들도 저마다 자신만의 시간과 계절을 품고 살아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문득 깨닫게 되었다.
인간이 아무리 정성껏 물을 주고 가꾸어도, 결국 식물들을 가장 크게 살리는 것은 하늘이 내리는 비와 바람, 그리고 자연의 시간이라는 것을 말이다.
자연은 인간의 손길을 필요로 하면서도, 동시에 인간의 힘만으로는 완성될 수 없는 세계였다.
비를 머금은 토종작약의 생기 어린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자연 앞에서 다시 한번 겸손해졌다.
그리고 식물을 키운다는 것은 결국 자연을 이기려는 일이 아니라, 자연의 흐름을 배우고 기다리는 일이라는 사실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었다.
오늘도 뒤뜰의 꽃들과 나무들은 말없이 바람을 맞고 있다.
그리고 나는 그 곁에서 천천히 자연을 배워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