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막골 안방 단장하기: 초배지부터 콩장판까지, 가족이 함께 숨 불어넣기
1. 아침 햇살 속에 모인 가족, 삼막골의 활기찬 시작
초겨울 아침 공기가 아직 차가운 시간, 산등성이 위로 햇살이 번지기 시작할 때 삼막골 마당에 온 가족이 모였습니다. 처남 부부, 조카, 처제 부부까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커피 한 잔을 손에 들고 “왔어?”라는 짧은 인사와 함께 웃음을 나눕니다. 오늘 우리가 할 일은 안방 바닥에 초배지를 바르고, 콩장판을 깔고, 문짝에 새 창호지를 입히는 큰 작업입니다. 하지만 여럿이 함께하니 마음은 이미 가볍기만 합니다.
2. 정성이 깃든 바닥 작업: 초배지에서 콩장판까지
가장 먼저 바닥을 티끌 하나 없이 깨끗하게 쓸어냈습니다. 새로운 시작을 위한 필수적인 과정입니다.
- 초배지 바르기: 밀가루풀을 차분히 저어 초배지에 묻히고 바닥에 사르르 붙여 나갑니다. “천천히, 처음이 가장 중요해”라는 동서의 말에 모두가 숨을 죽이고 손을 맞췄습니다. 종이가 바닥에 붙어갈수록 방 안의 공기는 한결 포근해졌습니다.
- 콩장판의 부활: 초배지가 마른 뒤, 물에 불려 부드러워진 콩장판을 펼쳤습니다. 밀대로 공기를 빼며 정성껏 누른 뒤 마른 후에 옻 코팅제를 얇게 바르자, 콩장판은 마치 스스로 숨을 되찾는 나무처럼 생생한 빛깔을 냈습니다. 발바닥으로 그 온기를 고스란히 느끼고 싶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3. 문짝을 닦고 창호지를 바르며 비우는 세월의 흔적
점심 전에는 해묵은 문짝들을 떼어 마당에 눕혔습니다. 햇살 아래 드러난 나뭇결은 그간의 세월을 고스란히 품고 있었습니다. 문틀과 문짝의 해묵은 먼지를 닦아내고 ‘치료’하는 과정은 집이 다시 깊은 숨을 들이마시게 하는 일과 같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처제와 내자가 맨손으로 창호지를 부드럽게 눌러 붙였습니다. 얇고 하얀 종이 사이로 은근하게 스며드는 햇빛을 보니, 아주 오래된 집이면서도 완전히 새로운 집으로 거듭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4. 전통 방식의 장판/창호지 작업 팁
이런 전통적인 보수 작업은 현대적인 인테리어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작업을 계획하시는 분들을 위한 작은 팁입니다.
- 밀가루풀 농도: 초배지를 바를 때는 너무 뻑뻑하지 않게 적당한 농도로 풀을 쑤어야 종이가 들뜨지 않고 매끄럽게 붙습니다.
- 콩장판 관리: 콩장판은 천연 소재이므로 시공 후 옻칠 등을 통해 코팅해주면 내구성이 높아지고 특유의 은은한 광택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 환기와 건조: 종이 작업 후에는 급격한 난방보다는 자연스럽게 바람이 통하게 하여 서서히 말려야 종이가 뒤틀리지 않습니다.
5. 땀 흘린 뒤의 만찬과 조용한 평화
점심은 주인장의 넉넉한 마음이 담긴 푸짐한 상차림이었습니다. 두부, 가자미조림, 명란무침, 그리고 따뜻한 배추된장국까지. “처형 음식이 최고예요”라는 칭찬 속에 모두가 말없이 밥을 비웠습니다. 식사 후 마당 평상에 앉아 마시는 따뜻한 숭늉 한 잔과 손끝에 스며드는 초겨울 햇살, 그 조용한 평화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6. 결론: 집은 사람이 고치고, 온기는 함께 만든다
모든 일을 마치고 마당에서 구워 먹는 고기 냄새와 함께 하루가 저물어갑니다. “오늘 모두 수고했고, 안방을 보니 너무 좋다”라는 주인장의 한마디에 우리는 모두 같은 마음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단순히 바닥 하나를 고친 것이 아니라, 이 집에 다시 숨을 불어넣었습니다. 집은 결국 사람이 고치는 것이고, 그 안의 따뜻함은 함께 있을 때 생겨난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시골집의 하루가 조용하지만 꽉 찬 채로 저물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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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의 심부름 속에 담긴 가족의 온기와 배움, 그때의 풍경을 떠올리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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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시골 생활에서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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