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택시

산골까지 데려다주는 1,500원의 행복, 춘천 희망택시

춘천에는 대중교통 이용이 불편한 농촌지역 주민들을 위한 ‘희망택시’가 운행되고 있다.

희망택시 대상 마을은 기본적으로 10가구 이상이 거주하면서 버스 운행 횟수가 편도 6회 이하이거나, 마을 중심지에서 가장 가까운 버스 승강장까지 1km 이상 떨어져 있는 곳이다. 마을에서 신청하고 춘천시의 승인을 받아 희망택시 운행 마을로 등록된다.

2025년 기준 춘천에서는 7개 면·동, 31개 마을에서 희망택시가 운행되고 있다. 이용 방법도 예전에 비해 많이 편리해졌다. 2023년 10월부터 강원 희망택시 카드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예전처럼 이장을 통해 매번 신청하지 않아도 된다. 대상 주민이 행정복지센터에서 이용자로 등록하고 희망택시 카드를 발급받은 뒤 직접 배차를 요청할 수 있다.

희망택시카드
희망택시카드

이용 횟수는 가구별 월 편도 4회, 이용자가 부담하는 금액은 탑승 인원과 관계없이 1회 1,500원이다. 나머지 택시요금은 지원된다. 또 하나 큰 변화가 있었다. 2025년 4월 이전에는 희망택시를 이용하려면 춘천 시내의 정해진 거점에서 타거나 내려야 했다. 그러나 제도가 개선되면서 이제는 이용자가 원하는 시내 장소에서 출발하거나 원하는 목적지까지 갈 수 있게 되었다.

병원이나 시장, 관공서를 이용해야 하는 어르신들에게는 상당히 큰 변화다. 배차 요청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토요일은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가능하다. 일요일이나 공휴일, 또는 배차 접수시간 이후에 이용하려면 미리 예약하면 된다.

1,500원짜리 택시보다 더 큰 의미

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 버스정류장까지 몇 분 걷는 것은 그다지 큰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산골에서는 다르다. 집에서 버스정류장까지 나가는 것부터가 하나의 이동이고, 버스가 하루에 몇 번밖에 다니지 않는 곳에서는 한 번 버스를 놓치면 하루 일정 자체가 달라지기도 한다. 그래서 희망택시는 단순히 택시비를 지원해 주는 정책이라고만 생각하기 어렵다. 농촌에 사는 사람도 병원에 가고, 장을 보고, 볼일을 보고 다시 집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해주는 ‘이동권을 보장하는 교통복지’에 더 가깝다. 그리고 나 역시 춘천의 산골, 삼막골을 오가면서 희망택시를 이용하고 있다.

처음에는 희망택시를 이용하지 않았다

예전에는 삼막골에 들어갈 때마다 거의 자가용을 이용했다. 희망택시라는 제도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당시에는 이용하는 것이 그다지 편하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희망택시를 타려면 춘천 시내 중앙시장까지 이동해야 했기 때문이다. 시내에서 중앙시장까지 따로 이동한 뒤 그곳에서 희망택시를 타고 삼막골까지 들어가야 했다.

특히 일을 마치고 금요일 저녁 삼막골에 들어가려면 보통 오후 6시가 넘었다. 그 시간에 중앙시장까지 이동해 희망택시를 이용하는 과정은 오히려 자가용을 타는 것보다 번거롭게 느껴졌다. 말하자면 당시에는 희망택시가 주는 편리함보다 이용하기 위한 불편함이 더 컸다. 그래서 희망택시 카드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거의 이용하지 않았다.

그런데 택시가 자꾸 마을로 들어왔다

2026년이 되어 삼막골을 오가다 보니 조금 이상한 점이 눈에 들어왔다. 예전보다 택시가 마을에 자주 들어오는 것이었다. “올해는 왜 희망택시가 이렇게 자주 보이지?” 궁금해서 이장님께 여쭤보았다. 이장님 말씀으로는 희망택시 이용 방법이 예전보다 많이 바뀌었고, 이용하기도 쉬워져 주민들이 많이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희망택시 예약 방법과 전화번호를 받아 두었다. 그리고 2026년 5월부터 나도 본격적으로 희망택시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토요일에 예약하는 작은 번거로움

일요일에 희망택시를 이용하려면 토요일에 미리 예약해야 한다. 처음에는 이것도 조금 번거롭게 느껴졌다. ‘인터 넷이나 휴대전화로 예약할 수 있는 사이트가 있으면 더 편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해봤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희망택시를 주로 이용하는 농촌 주민 가운데는 연세가 많은 분들도 많다. 인터넷 예약 방식이 오히려 또 다른 장벽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화 한 통으로 예약하는 지금의 방식이 어쩌면 농촌 현실에는 더 잘 맞는 방법일 수도 있다.

희망택시를 타면 보이는 것들

직접 이용해 보니 생각하지 못했던 장점도 있었다. 가장 좋은 것은 삼막골로 들어오는 길의 풍경을 온전히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운전할 때는 앞만 바라봐야 한다. 굽이굽이 이어지는 길을 따라 운전하다 보면 주변 풍경을 느긋하게 바라볼 여유가 없다. 하지만 택시에 앉아 있으면 다르다. 창밖으로 지나가는 산과 들, 계곡과 마을 풍경을 편안하게 바라볼 수 있다. 그동안 수도 없이 다녔던 길인데도 운전대를 놓고 바라보니 전혀 다른 길처럼 보인다.

운전하면서 소모되는 체력을 아낄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무엇보다 내가 원하는 시간에, 내가 원하는 장소에서 출발해 삼막골까지 갈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편리하다. 희망택시가 단순히 택시비 몇 만 원을 아껴주는 제도가 아니라는 것을 직접 이용하면서 알게 되었다.

물리적인 거리를 좁혀 주는 제도

지난주 금요일에는 평소보다 일찍 업무를 마쳤다. 오후 일찍 삼막골에 들어갈 수 있어서 먼저 들어가려고 했는데 내자와 시간이 맞지 않았다. 결국 나는 자가용을 운전해 먼저 삼막골로 들어갔다. 내자는 볼일을 모두 마친 뒤 밤 8시에 예약해 둔 희망택시를 타고 삼막골로 들어왔다. 예전 같았으면 둘 중 한 사람이 상대방의 일정을 기다리거나, 다시 차를 가지고 시내까지 나가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각자의 일을 마치고 각자의 시간에 움직일 수 있었다. 일요일에는 내 차를 타고 함께 나왔으니 희망택시 한 번으로 꽤 유용하게 일정을 맞춘 셈이다. 산골생활을 하다 보면 가장 크게 느끼는 불편 가운데 하나가 바로 거리다. 도시에서는 몇 분이면 갈 곳도 산골에서는 차를 가지고 한참을 움직여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희망택시는 삼막골과 춘천 시내 사이의 실제 거리를 줄여 주지는 못하지만, 사람이 느끼는 거리는 분명 줄여 주고 있다.

1,500원을 내고 타는 택시 한 번. 금액만 보면 작은 교통복지처럼 보이지만, 산골에서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산골과 도시 사이에 놓여 있던 긴 거리를 조금 더 가깝게 만들어 주는 것. 내가 희망택시를 이용하면서 느낀 가장 큰 장점은 바로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