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도 함께 웃었다, 고무신에 담은 가족의 추억
1년에 한 번, 여름이면 처가집 네 자매는 꼭 시골집에 모인다. 거창한 행사는 아니지만, 매년 하나의 주제를 정해 2박 3일 동안 함께 시간을 보내는 우리만의 소중한 전통이다. 함께 웃고, 만들고, 추억을 쌓는 그 시간이 무엇보다 값지다.
작년에는 낡은 의자와 기와장에 그림을 그려 꽃잔디가 피어 있는 정원에 놓아두었다. 그렇게 만든 작품들은 사계절 내내 시골집을 지키며 우리 가족의 추억을 함께 품고 있다.
1년 만에 다시 찾아온 여름 휴가. 올해는 무엇을 할까 고민하던 중, 몇 년 전부터 내가 즐겨 신던 고무신이 처제들의 눈에 들어왔나 보다. 평범한 검정 고무신에 각자의 정성과 이야기를 담아 세상에 하나뿐인 ‘시골집 고무신’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시골의 향기와 가족의 따뜻한 손길이 묻어나는 특별한 고무신 말이다.
고무신은 큰처제가 준비했다. 원주 미로시장에서 형부 다섯 켤레, 언니 다섯 켤레, 모두 열 켤레를 사 왔다. 그림을 그릴 아크릴 마카와 물감, 붓 등 미술 도구는 제천에 사는 처제가 꼼꼼하게 준비해 왔다. 지난해 사용했던 재료들도 잘 보관해 두었다가 다시 꺼내 사용했다.
낮에는 너무 더워 둘째 날 밤이 되어서야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집 안에는 네 자매의 하하호호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각자 휴대전화로 마음에 드는 그림을 찾아보고, 그 이미지를 참고하며 고무신 위에 하나씩 그려 나갔다.
역시 손재주가 좋은 자매들이라 각자 종아하는 그림과 이미지들이 고무신 위에서 하나둘 생명을 얻기 시작했다. 평범했던 고무신이 어느새 작은 작품으로 변해 가는 모습이 신기했다.
나도 함께 참여해 보려 했지만 그림 솜씨가 부족했다. 결국 그림을 완성한 뒤 작품을 오래 보존할 수 있도록 바니시를 칠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것도 나름 중요한 일이었다.
늦은 밤까지 두 켤레씩 완성한 뒤 남은 두 켤레는 다음 날 아침 마무리하기로 하고 하루 작업을 마쳤다.
수요일, 모두 집으로 돌아가는 날인 8월 5일.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남은 고무신을 마저 완성했다. 그러다 문득 “기존에 신던 고무신도 새 옷을 입혀 주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오래 신던 고무신에도 새로운 그림을 그려 넣었다.
그렇게 시작된 작업은 점점 커졌다. 아내의 장화에도 예쁜 그림이 더해졌고, 지난해 꾸며 두었던 의자 주변의 돌멩이 두세 개도 다시 꺼내 새로운 색을 입혔다. 평범한 돌이 작은 작품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 들려오던 네 자매의 깔깔거리는 웃음소리는 시골집을 가득 채웠다. 그 웃음소리만으로도 여름이 더욱 아름답게 느껴졌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일은 처제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주고 큰 선풍기를 틀어 조금이라도 덜 덥게 해 주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참 따뜻했다.
모든 작업을 마친 뒤에는 고무신을 한곳에 가지런히 모아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어 네 자매도 함께 모여 환하게 웃으며 또 하나의 추억을 사진 속에 담았다.
올해의 작품은 고무신이었지만, 사실 우리가 만든 것은 고무신만이 아니었다. 함께 웃었던 시간, 서로의 정성을 담은 손길, 그리고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이어지는 소중한 추억이었다.
언젠가 시간이 흘러 이 고무신의 색이 조금씩 바래더라도, 그 위에 담긴 여름날의 웃음소리만큼은 오래도록 우리 마음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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