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국의 아름다움이 정원을 밝히다
몇 년간의 시행착오 끝에 노지 수국을 키우는 방법을 조금씩 알게 되었다. 춘천의 산골, 이른바 ‘춘베리아’라 불리는 이곳에서 수국 꽃을 피운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노지 수국을 성공적으로 꽃피우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중요한 조건이 있다.
첫째, 수국이 전년지 개화형인지 당년지 개화형인지 그 특징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전년지에서 꽃이 피는 수국은 가지를 함부로 자르면 꽃을 볼 수 없기 때문에 특성에 맞게 전지를 해야 한다.
둘째, 춘베리아의 혹독한 겨울을 견디기 위해서는 꽃눈이 얼지 않도록 월동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수국은 생각보다 추위에 강하지만 꽃눈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셋째, 겨울철에도 날씨가 포근한 날에는 가끔 물을 주어야 한다. 땅이 얼어 있는 동안에도 수국은 살아 있기 때문이다.
지난 겨울에도 수국 주변을 낙엽으로 두껍게 덮어 꽃눈을 보호했다. 봄이 되어도 꽃샘추위가 계속될 것 같아 낙엽을 쉽게 걷어내지 못했다. 한참이 지나서야 조심스럽게 낙엽을 치웠지만 그때까지도 꽃눈이 살아 있는지, 얼어버린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날씨가 점점 따뜻해졌다. 그리고 월동을 무사히 마친 가지 곳곳에서 작은 꽃눈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꽃눈 자리에서는 새순이 자라나고 잎도 무성해졌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혹독한 겨울을 잘 견뎌냈다는 안도감이 밀려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수국은 꽃대를 올리기 시작했다. 꽃을 피울 준비를 하는 모습이었다. 그때의 기분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다. 겨울 내내 꽃눈이 얼지 않을까 걱정했던 마음, 월동 준비를 하며 쏟았던 정성과 노력이 한순간에 보상받는 듯했다.
마침내 수국은 조금씩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혹시나 물이 부족할까 싶어 정성껏 물을 주었다. 뜨거운 햇볕 아래 잠시 고개를 숙였던 수국꽃이 물을 머금고 다시 고개를 들며 활짝 피어나는 모습을 볼 때면 그 어떤 기쁨과도 비교할 수 없는 행복을 느끼게 된다.



올해 수국은 정원의 한쪽을 환하게 밝히며 아름다운 꽃을 선물하고 있다. 겨울의 긴 기다림과 봄의 설렘, 그리고 꽃눈 하나하나를 걱정하며 보낸 시간이 만들어 낸 작은 기적이다. 그래서 수국은 단순한 꽃이 아니라 기다림 끝에 만나는 가장 아름다운 보상처럼 느껴진다. “젊어서 연애할 때 오랜 헤어짐 끝에 만나는 두근거림이라고나 할까”
올가을에는 새로운 도전도 생각하고 있다. 당년지에서도 꽃을 피우는 앤드리스 썸머 품종을 분양받아 심어볼까 한다. 꽃눈 월동에 대한 부담이 적어지고 뿌리만 건강하게 겨울을 나면 다시 꽃을 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물론 어떤 품종이든 정성과 기다림은 필요하겠지만, 올해 노지 수국의 성공을 경험한 만큼 새로운 수국과 함께할 내년의 정원도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수국이 다시 꽃을 피우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만, 그 기다림의 끝에서 만나는 아름다움은 언제나 기대 이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