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이 붉게 덮히기 시작하다
이리저리 바쁘게 정원을 돌보고, 푸성귀를 심고 가꾸며 새로운 정원 구상을 하느라 마음까지 분주한 요즘이다.
정원을 다시 조금 손봐야겠다는 생각에 울타리 역할을 하는 쥐똥나무 아래를 들여다보니 어느새 잡풀들이 빼곡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결국 하나 하나 손으로 풀을 뽑아냈다. 나무도 숨을 쉬어야 병 없이 건강하게 자란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쥐똥나무의 숨통을 틔워주니 답답했던 마음까지 함께 시원해지는 듯했다.
지난 2월에는 줄장미 전정을 했다.
올해는 장미꽃이 풍성하게 피워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가지를 정리했는데, 계절이 지나고 돌담을 바라보니 그 수고가 헛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붉은 장미는 담장을 따라 흐르듯 피어났고, 아직 피지 않은 꽃송이들도 저마다 차례를 기다리며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역시 공부를 하며 전정을 한 것이 효과가 있었던 모양이다.
붉은 장미와 오래된 돌담의 조화, 그리고 파란 하늘 아래 더욱 선명해지는 붉은 꽃빛은 이맘때 시골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풍경이다.
세 군데에 심어둔 장미들은 모두 작년보다 훨씬 풍성한 모습으로 꽃을 피워주었고, 각자 다른 분위기와 자태로 정원을 채워주고 있었다.



장미 곁에서는 찔레꽃도 순백의 얼굴을 내밀었다.
하얀 찔레꽃과 붉은 장미가 함께 어우러진 모습은 화려하면서도 소박했다. 무엇보다 장미와 찔레에서 흘러나오는 진한 향기는 조용한 시골살이의 단조로움을 다정하게 위로해 주었다.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향기가 담장을 따라 번졌고, 그 향기를 맡고 있노라면 유독 찔레꽃을 좋아하셨던 어머니 생각과 장미 심을때의 설레던 마음이 살포시 들추어진다.
정원을 가꾼다는 것은 결국 꽃만 키우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풀을 뽑고, 가지를 다듬고, 햇볕과 바람이 드는 길을 만들어 주는 작은 손길들이 모여 결국 정원의 아름다움을 완성한다. 그리고 그 풍경은 다시 사람의 마음을 조용히 살려낸다.
🌿 산들바람 한 줄
“꽃은 저마다의 계절에 피지만, 그 꽃을 기다리는 마음은 사계절 내내 설렌다.” 장미와 찔레꽃의 향을 마지막으로 2026년 아쉬운 봄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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