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시골집 마당은 조용한 줄 알았다. 그런데 꽃들을 심기 시작하는 순간… 매일이 시끌벅적한 소풍이 되었다. “오늘은 누가 먼저 피었나?” “누가 제일 예쁘냐?” “누가 제일 자리를 많이 차지하나!” 정말… 꽃들도 성격이 다 있다. 🌱 봄 — 말도 많고, 기대도 많은 계절 꽃양귀비: 봄 바람이 살짝 불면 “나 간다~💃” 하고 바로 춤을 추는 꽃. 가볍고 여리여리한데 존재감은 또…

봄은 아주 조용히, 먼 데서 발걸음을 옮겨 온다. 밤새 얼었던 흙이 풀리는 소리, 작게 하품하듯 싹 트는 꽃양귀비의 잎. 그 너머, 작약이 둥근 꿈을 품고 천천히 몸을 들어 올린다. 목단은 조금 더 의젓해 마당 한가운데 서서, 마치 오래전 이 집의 주인이었던 듯 기품을 내비친다. 라벤더는 바람의 결을 따라 보랏빛 향기를 조금씩 흘리며 정원의 윤곽을 그린다….

아침 공기 속에 묻어나는 흙냄새가 다정하다.긴 겨울을 지나 집옆과 뒷밭에는 진달래 꽃이 붉은 얼굴을 내밀고,정원 앞 수국의 가지 끝에는 조그마한 꽃눈이 맺혀 있다.봄이 오는 걸 제일 먼저 아는 건언제나 이 작은 식물들이다. 텃밭 가장자리엔 냉이와 달래의 향이 고요히 번지고,부엌문을 열면 그 향이 바람을 타고 들어온다.삶은 고단해도, 이런 순간에는 마음이 봄빛으로 풀린다.어릴 적 고향의 산자락에서 어머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