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지게로 지고 가는 모습의 사진

「귀촌 이후, 구들장을 다시 데우는 법을 배웠다」

구들장을 데우는 일, 몸이 기억하는 시간

저번 주에 시골에 들어가 구들장을 데워 줄 나무를 했다.
사실 처음부터 직접 나무를 할 생각은 아니었다. 나무를 사서 쓰는 게 요즘엔 더 흔하고, 몸도 덜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땔감용 나무를 주문해 두었다.

하지만 이 집으로 들어오는 길이 문제였다.
거리가 멀고, 부귀리를 지나고 오는 마지막 15분-20분의 길은 좁고 험하다. 트럭이 들어오기 쉽지 않은 길이라 배송 이야기는 늘 “조만간”에서 멈췄다. 하루 이틀, 며칠이 지나도 정확한 날짜는 잡히지 않았고, 날은 점점 추워졌다. 구들장을 데워야 할 시기는 다가오는데 나무는 오지 않았다. 늘 배송은 한 두달 늦게 온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괜히 마음이 급해졌다.
차거운 아랫묵을  떠올리면, 왠지 마음도 차거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당장 땔 나무는 있지만 그래도 아껴서 때고 확보한 나무를 비축해야 겠다는 생각으로  몸을 움직여 나무를 하게 되었다.


도구는 달라져도, 방식은 남는다

예전처럼 재래식 톱을 쓰지는 않았다.
전통톱 두개(16인치, 10인치)로 나무를 자르고, 전동 가위로 가지를 쳤다. 확실히 수월해진 부분도 있다. 손목으로  오는 부담도 줄고, 나무 작업 속도도  빨라졌다. 세월이 흘렀다는 건 이런 데서 실감이 난다. 그렇다고 모든 과정이 달라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가장 중요한 부분은 예전 그대로다. 그것은 바로, 나무를 옮기는 일이다.


🌲 전통톱을 사용할 때, 꼭 지켜야 할 것들

구들장을 데우기 위해 나무를 하다 보면 전통톱을 다시 손에 쥐게 된다.
단순해 보이지만, 전통톱은 사람의 힘과 균형에 크게 의존하는 도구다. 그래서 몇 가지 기본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첫째, 작업 전 주변 환경을 정리한다.
나무를 자르는 반경 안에는 사람이 없어야 하고, 발에 걸릴 만한 돌이나 가지도 미리 치워 둔다. 작업 공간이 정리되어 있어야 몸의 움직임도 자연스러워진다.

둘째, 안전 장구는 선택이 아니라 기본이다.
보호장갑과 보안경은 반드시 착용한다. 톱밥이나 작은 나뭇조각이 튀는 순간은 생각보다 많고, 한 번의 방심이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셋째, 작업 전에 도구 상태를 확인한다.
톱날의 상태는 괜찮은지, 오일은 충분한지, 필요하다면 여분의 배터리나 장비는 준비되어 있는지 미리 살핀다. 현장에서의 불편은 곧 위험으로 이어진다.

넷째, 큰 나무를 자를 때는 방향을 먼저 읽는다.
나무가 넘어질 방향을 충분히 계산하고, 도망칠 공간을 확보한 뒤 작업해야 한다. 가능하다면 여분의 톱을 한 대 더 준비해 두는 것도 좋다. 예상치 못한 상황은 늘 생기기 마련이다.

작업의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끝까지 무사히 마치는 것이다.


결국은 사람이 져야 하는 길

산 위에서 자른 나무를 집까지 옮기는 길은 여전히 힘들고  좁다.
기계가 들어올 수 없는 길, 승용차로는 나무를 옮길 수가 없음으로 해서 처남차를 기다리기에는 시간이 허락하지 않는다 . 결국 선택지는 하나다. 나무를 끌고 오거나, 지게로 져 오는 것.

빈 지게를 지고 길을 오르기 시작하면 몸이 먼저 반응한다. 허벅지 근육이 팽팽해 지고, 호홉도 가빠지기 시작한다. 다행스럽게 나무를 지고 끌고 오는 길은 내리막이라 그나마 수월하다고 해야겠다. 어디에 중심을 둬야 하는지, 어느 각도로 상체를 세워야 하는지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안다. 발걸음의 간격, 숨을 고르는 타이밍까지도 몸이 기억하고 있다. 예전에 쌓아 둔 경험이 이렇게 늦은 나이에 다시 살아난다.

숨은 차고, 등에는 땀이 맺히지만 이상하게도 그 순간 만큼은 힘듦이 전부로 느껴지지 않는다.
“아직 할 수 있구나.”
그 생각 하나가 묵직하게 따라온다.


아궁이에 불을 들이는 일

집에 도착하면 나무를 다시 손본다. 아궁이에 맞게 크기를 나누어 자르고 잔가지를 정리한다. 아궁이는 처음에 불을 피울때 시간이 걸린다. 아궁이의 열이 있으면 불이 수월하게 붙고, 불길도 순조롭다. 그러나 1주일 만에 아궁이를 데우는 일은 조금 힘들다. 낙엽을 밑에 깔고 마른 잔가지들을 꺽어 넣고 불을 붙인 후 마른 장작을 넣어 불을 안정화 시켜야 된다. 어느정도 아궁이를 데웠다고 생각이 들면 오늘 지고 내려온 나무를 넣는 것을 반복하면 된다.

나무를 때려고 자르고 다듬은 모습
지게로 지고 온 나무를 자르고 다듬은 모습

불을 지피고 나면 바로 따뜻해지지는 않는다. 60년된 구들장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주 두껍게 놓였다고 했다. 그만큼 데울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구들장은 늘 천천히 반응한다. 손바닥으로 바닥을 짚어 보면 아직은 미지근하지만, 분명 안쪽에서 열이 오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걸 느끼는 순간, 마음이 먼저 놓인다.


아랫목이 건네는 보상

시간이 조금 더 흐르고 아랫목에 앉으면 모든 수고가 정리된다.
불에서 시작된 열이 구들장을 따라 퍼져 몸 아래로 올라온다. 그 뜨뜻함은 단순한 온도가 아니다. 나무를 자르고, 옮기고, 불을 지핀 모든 과정이 하나로 이어진 결과다.

그때가 되면 나무를 하며 흘린 땀과 지게를 지고 나무를 옮기던 숨 가쁨은 자연스럽게 뒤로 물러난다. 힘들었지만, 그만큼 확실한 보상이 있다는 사실만큼 뿌듯한 것도 없긴 하다.


기다림 대신 선택한 방식

나무를 주문해 두고 기다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손쉽게 보일러를 돌려서 방을 데울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시골까지 와서 굳이 보일러를 돌려 방을 데우는 것이 썩 내키지 않는다. 구들장의 그 은근함과 오래 보전 되는 열기는 늘 그리움 이었으니까….그리고 길이 험하고,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 미뤄지는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는 직접 움직이는 편이 나았다. 결국 이 집을 데우는 일은, 이 집에 사는 사람이 해야 할 몫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구는 변했고 세상은 많이 편해졌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방식들이 있다.
사람의 몸으로 해야만 하는 일, 그리고 그 안에서 다시 살아나는 감각들. 구들장을 데우는 나무를 하는 일은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시간을 잇는 행위에 가깝다.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아랫목에 앉아 조용히 숨을 고른다.
그렇게 오늘도 이 집은 따뜻해지고, 나 역시 그 안에서 하루를 마무리한다.


✔ 이 글은 귀촌 생활에서의 실제 경험을 정리했습니다.
✔ 산들바람 다이어리는 농촌의 일상과 삶을 기록하는 개인 미디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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