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들바람의 귀촌일기 2/10] 고향집 수리 잔혹사: 간단한 보수가 대공사가 되기까지
1. 초등학교 친구의 견적, 그때는 몰랐던 ‘수리의 늪’
처음 시작은 가벼웠습니다. “고향 집인데, 초등학교 동창 녀석한테 맡기면 적당히 잘 해주겠지”라는 믿음이 있었죠. 부엌과 마루, 외벽 정도만 손보면 아내와 오붓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은 견적서에 흔쾌히 도장을 찍으려던 찰나, 형님과의 상의 끝에 모든 계획이 뒤집혔습니다.
수리 업자가 바뀌고, 공사 규모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습니다. 화장실과 보일러실 개축, 데크 설치, 내외벽 황토 세라믹 보수까지… ‘보수’가 아니라 사실상 ‘재건축’에 가까운 대장정이 시작된 것입니다.
2. 60년의 먼지를 걷어내고 드러난 서까래의 곡선미
이번 수리에서 가장 힘들었지만, 가장 황홀했던 순간은 안방 천장을 뜯어낼 때였습니다. 겹겹이 쌓인 60년 세월의 먼지와 수없이 박힌 못들을 제거하는 작업은 그야말로 고역이었습니다. 쏟아지는 먼지 속에서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천장이 열리고 마침내 60년 된 안방 서까래가 그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을 때, 저는 숨이 멎는 것 같았습니다. 세월이 빚어낸 옛 서까래 특유의 아름다운 곡선미를 마주하는 순간, 그간의 고생과 피로는 씻은 듯이 사라졌습니다. 이 귀한 모습을 살려 천장을 오픈하기로 한 것은 최고의 선택이었습니다.

3. 아버지의 숨결이 머문 마루를 지키는 법
마루는 제게 단순한 나무판자가 아니었습니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발길과 숨결이 그대로 남아 있는 소중한 유산이었습니다.
- 최대한의 원형 보존: 도저히 썩어서 쓸 수 없는 부분만 골라 교체하고, 나머지는 어떻게든 살리려 노력했습니다.
- 묵은 때를 벗겨내는 인고의 시간: 수십 년간 마루 밑에 쌓인 더러움을 씻어내기 위해 엄청난 양의 물을 뿌리고 또 뿌렸습니다.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팠지만, 깨끗해진 마루 위로 다시 햇살이 비칠 때 비로소 아버지를 다시 뵙는 듯한 평안함을 느꼈습니다.

4. 옛집이 주는 변수: 치수와의 전쟁과 천장의 비명
현대식 아파트와 달리 옛날 집은 정해진 규격이 없었습니다. 수직과 수평이 맞지 않는 벽면 때문에 목수님들은 일일이 치수를 재단하고 붙이는 작업을 수백 번 반복해야 했습니다.
가장 큰 위기는 천장에서 찾아왔습니다. 보수 도중 외부 천장에서 낡은 흙더미가 떨어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결국 계획에도 없던 천장 전체를 원목으로 덧대는 작업을 추가했습니다. 덕분에 더 이상 흙 가루는 떨어지지 않게 되었지만, 공정은 길어지고 비용은 야속하게 불어만 갔습니다.

5 사라진 구들장과 눈물겨운 흙 살포 작업
1. 잃어버린 구들장을 대신한 보일러
안방의 구들장은 살려 그 위에 보일러를 깔기로 했지만, 나머지 방 하나가 문제였습니다. 수십 년간 방치된 탓에 구들장은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져 복구가 불가능한 상태였습니다. 아쉬운 대로 빈 자리를 흙으로 메꾸고 보일러만 설치하며, 옛집의 정취와 현대의 편리함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아야 했습니다.
2. 1톤 트럭으로 직접 나른 ‘안전’
가장 고생스러웠던 건 화장실 개축이었습니다. 지대가 너무 낮아 여름철 장마라도 오면 침수가 불 보듯 뻔했습니다. 업자에게만 맡길 수 없어, 형님과 친척 아저씨가 직접 나섰습니다 저는 직장생활을 하느라 일손을 보태지 못했습니다. 산에 가서 1톤 트럭으로 몇 번이나 흙을 파다 날라 지반을 높였습니다. 두분이 직접 흘린 땀방울이 화장실의 든든한 기초가 되었습니다.
6. 아궁이 없는 방과 보일러실의 완성
마지막으로 보일러실은 아궁이가 없앤 방 외부 공간을 활용해 개축했습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형님과 제 손을 거치지 않은 곳이 없었고, 계획대로 된 것보다 현장에서 부딪히며 해결한 일이 더 많았습니다.
‘간단하게’ 시작했던 수리는 그렇게 ‘잔혹사’라 부를 만큼 치열한 과정을 거쳐 완성되어 갔습니다. 하지만 그 고생 덕분에, 우리가 머물 공간은 그 어느 곳보다 단단하고 따뜻해졌습니다.
귀향일기 1~10부 한눈에 보기
- 1부 : 귀향을 떠올리게 된 계기
- 3부 : 아궁이와의 전쟁
- 4부 : 안전을 다시 설계하다
- 5부 : 미안하다, 고맙다
- 6부 : 정감 어린 돌담을 복구하다.
- 7부 : 물이 흐르고 온기가 돌다.
- 8부 : 화장실을 세우고 정화조를 묻다
- 9부 : 삼막골의 일원이 된다는 것
- 10부 : 초보 농부의 혹독한 입문기
- 마치며 : 마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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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귀촌 과정에서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했습니다.
✔ 농촌 생활을 준비하거나 고민하는 분들께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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