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들바람의 귀촌일기 5/10] 미안하다, 고맙다: 거대 수목 벌목과 삼막골 위령제
1. 가옥의 안전을 위협하는 거대한 이웃들
삼막골 집 수리를 마무리하며 가장 큰 고민거리는 집 주변을 둘러싼 거대한 나무들이었습니다. 뒤뜰에는 집을 집어삼킬 듯 서 있는 두 그루의 은행나무가, 수돗가 옆에는 밤나무가, 그리고 지금의 쥐똥나무 울타리 안에는 커다란 호두나무가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운치는 있었지만, 나무들의 나이가 워낙 많아 비바람이 몰아칠 때면 거대한 가지가 지붕을 덮치지 않을까 늘 불안했습니다. 무엇보다 아내의 요양을 위해 마련한 소중한 안식처의 안전이 최우선이었기에, 저는 오랜 고심 끝에 이 나무들을 정리하기로 결단했습니다.
2. 동네 어르신들의 쉼터와 가옥의 안전 사이에서
결심은 했지만 마음은 무거웠습니다. 특히 뒤뜰의 은행나무는 여름이면 동네 어르신들이 뜨거운 볕을 피해 모여 앉아 땀을 식히던 소중한 쉼터이자, 마을의 명물인 희망 택시를 기다리던 장소였기 때문입니다.
“어르신들의 추억을 앗아가는 건 아닐까?” 하는 미안함과 “내 가족의 안전” 사이에서 수없이 갈등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사람이 먼저이고 집이 온전해야 사람도 있다는 생각에, 어렵게 마을 분들께 양해를 구하고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3. 나무를 위한 일주일의 위로, “미안하다, 고맙다”
나무도 생명인데 말도 없이 베어낼 수는 없었습니다. 수십 년간 이 집을 지켜준 고마움과 미안함을 담아 특별한 의식을 준비했습니다. 나무를 베기 일주일 전부터 정성껏 떡과 막걸리를 준비해 나무들 앞에 차렸습니다. 그리고 나무 한 그루 한 그루를 어루만지며 진심으로 말을 건넸습니다.
“미안하다. 너희가 잘못해서가 아니라, 우리 가족이 이곳에서 안전하게 살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란다. 그동안 우리 집을 지켜줘서 정말 고마웠다.”
나무에게 벨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고 위로하며 보낸 그 일주일은, 제게도 나무와의 작별을 준비하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4. 바드레의 습격과 엔진톱 고장: 험난했던 벌목 현장
나무의 규모가 워낙 컸기에 스카이 장비와 전문 인력이 투입되었습니다. 하지만 작업은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습니다.
- 바드레의 공격: 작업을 한창 진행하던 중, 나무 높은 가지 속에 숨겨진 바드레 벌집을 건드리고 말았습니다. 인부 한 분이 벌에 쏘이는 비상사태가 발생했고 작업은 즉시 중단되었습니다. 한참의 시간이 흘러 벌집을 완전히 제거한 후에야 겨우 다시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 바드레는 바더리의 강원도 사투리 이며 말벌과의 벌. 몸의 길이는 2~2.5cm이며 검은 갈색이다. 가슴에는 쏙쏙 팬 점이 흩어져 있고 잔털이 있으며 배는 명주 같은 윤이 흐른다. 날개는 누런 갈색, 발은 검은 갈색이며 날 때 발을 길게 드리우고 난다. 우리나라 각지에 분포한다.
- 무뎌진 톱날: 이번에는 장비가 말썽이었습니다. 워낙 거대하고 단단한 나무의 규모를 과소평가했는지, 엔진톱날이 금방 무뎌져 나무가 잘리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준비 소홀로 자칫 작업이 무산될 뻔한 위기의 순간, 형님이 나서주셨습니다. 형님이 응급으로 톱날을 줄로 정성껏 갈아 날을 세워준 덕분에 비로소 모든 작업을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5. 비워진 자리에 비로소 찾아온 평안
전문 벌목공의 손에 의해 나무들이 하나둘 쓰러질 때마다 가슴 한구석이 아릿했습니다. 하지만 나무가 떠난 자리에 환한 햇살이 들고, 은행 열매의 고약한 냄새, 더 이상 태풍 소리에 밤잠을 설치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이 찾아왔습니다.
나무들이 내어준 자리는 이제 우리를 위한 쥐똥나무 울타리와 햇살 가득한 뒷 정원이 되었습니다. 우리를 지켜주었던 그 나무들은 이제 아궁이 속의 따뜻한 땔감이 되어, 마지막 순간까지 우리 부부의 몸과 마음을 데워 주었습니다.
귀촌일기 1~10부 한눈에 보기
- 1부 : 귀향을 떠올리게 된 계기
- 2부 : 고향집 수리 잔혹사
- 3부 : 아궁이와의 전쟁
- 4부 : 안전을 다시 설계하다.
- 6부 : 정감 어린 돌담을 복구하다.
- 7부 : 물이 흐르고 온기가 돌다
- 8부 : 화장실을 세우고 정화조를 묻다
- 9부 : 삼막골의 일원이 된다는 것
- 10부 : 초보 농부의 혹독한 입문기
- 마치며 : 마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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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귀촌 과정에서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했습니다.
✔ 농촌 생활을 준비하거나 고민하는 분들께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 산들바람 다이어리는 농촌의 일상과 삶을 기록하는 개인 미디어입니다.

교장선생님~새해복많이받으세요~^^
날씨가 엄청춥던대 시골은 더 춥지요~
그래도 추워야 빙어낚시라도 해봐야않겠어요ㅎㅎ
감기조심하세요~
선생님도 항상 건강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