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운 삼막골의 노을 아래, 전통 서까래와 황토 마루가 돋보이는 고즈넉한 한옥 전경

[산들바람의 귀촌일기 3/10] 아궁이와의 전쟁: 닫혔던 방고래를 뚫고 찾아온 구수한 온기


1. 설레는 첫날밤, 기대했던 ‘구들장’의 배신

모든 수리를 마치고 드디어 삼막골에서의 첫날밤이 찾아왔습니다. 아파트 보일러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구들장 특유의 구수한 따뜻함을 맛보고 싶어 아궁이에 불을 지폈습니다. 하지만 기대는 순식간에 당혹감으로 변했습니다.

아무리 불을 때도 연기는 방고래로 들어가지 않고 자꾸만 아궁이 밖으로 역류했습니다. 형님과 동네 아저씨까지 모셔와 도움을 요청했지만, 베테랑인 두 분조차 원인을 찾지 못해 혀를 내둘렀습니다. “아랫목의 뜨뜻함을 영영 느끼지 못하는 건가” 하는 깊은 아쉬움이 밀려왔습니다.

방고래를 통과하고 굴뚝에서 힘차게 나오는 연기

2. 솥을 뜯어내고 발견한 충격적인 진실

이대로 포기할 수 없어 결국 멀쩡한 솥을 뜯어내고 아궁이 안쪽을 하나하나 살피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믿기 힘든 원인을 찾아냈습니다.

이 집을 거쳐 간 이전 거주자가 아궁이에서 방으로 들어가는 입구(방고래)를 아예 막아버렸던 것입니다. 그동안 아궁이는 실제로 불을 지피는 용도가 아니라, 그저 시골집의 분위기만 내는 ‘연출용 소품’에 불과했던 것이죠. 원인을 몰랐을 때의 답답함이 기쁨과 허탈함으로 교차하는 순간이었습니다.


3. 막혔던 고래를 뚫고 피어오른 온기

형님과 함께 한참 동안 막혔던 입구를 파내고, 솥을 뜯은 김에 아궁이 구석구석을 정성껏 손보았습니다.

  • 불길의 귀환: 하루가 지나 다시 불을 지피니, 거짓말처럼 불길이 고래 속으로 쏙쏙 빨려 들어갔습니다.
  • 구들장의 위로: 몇 시간이 흐르자 차갑던 안방 아랫목이 푸근하게 달궈졌습니다. 수리하느라 고생했던 몸의 피로가 그 뜨끈한 구들장 온기에 녹아내리는 듯했습니다. 수리 후 ‘진짜’편안하게 우리 부부는 그 어느 때보다 깊은 잠에 들 수 있었습니다.

4. 끈질긴 ‘연기와의 전쟁’, 그리고 쥐구멍 소탕 작전

하지만 평화는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수십년간 불을 때지 않은 고래 사이 사이를 쥐들이 다니며 길을 만들어 놓은 것이 화근 이었습니다. 방고래 곳곳에 뚫린 쥐구멍으로 연기가 새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안방과 연결된 마루 틈새로 쉴 새 없이 뿜어져 나오는 연기 때문에, 선풍기를 틀어 연기를 빼내며 지내야 했습니다. 이 ‘연기와의 전쟁’은 무려 올해까지 이어졌습니다. 결국 마루를 뜯어내고 굴뚝을 막고 불을 피워 연기가 나오는 곳을 전부 찾아 모든 구멍을 샅샅이 찾아 메운 후 에야, 비로소 눈물 콧물 쏙 빼던 길고 긴 싸움을 끝낼 수 있었습니다.

5. 황토로 빚어낸 건강한 보금자리

집의 내·외부는 건강을 생각해 황토로 정성껏 마감했습니다.

  • 내부 마감: 방 두 개는 바닥과 벽, 서까래가 있는 천장에 황토를 덧바르고 황토 세라믹으로 깔끔하게 마무리했습니다.
  • 기술적인 복구: 특히 구들장이 없어진 방은 흙이 무너져 휘어져 있었는데, 다행히 실력 좋은 미장 기술자를 만나 흙을 헐어내지 않고도 완벽하게 복구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지금도 아주 튼튼하게 잘 쓰고 있습니다.
  • 외부 마감: 외부 역시 황토 세라믹을 덧발라 마무리하니, 비로소 멀리서 봐도 한눈에 들어오는 아주 멋진 황토집의 위용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귀촌일기 1~10부 한눈에 보기

✔ 이 글은 귀촌 과정에서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했습니다.
✔ 농촌 생활을 준비하거나 고민하는 분들께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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