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시리즈 6/7] 2025년 봄, 중성화 대작전의 기록
중성화 수술을 결심하기까지는 생각보다 긴 시간이 필요했다. ‘지금이 맞을까?’ ‘아이들에게 너무 가혹한 선택은 아닐까?’ 이 질문을 마음속에서 수없이 되풀이했다. 하지만 해가 바뀌고 계절이 흐르면서 마당의 분위기도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발정이 반복될수록 아이들은 예민해졌고, 서로를 향한 긴장과 다툼도 잦아졌다. 그 변화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사람으로서 더 이상 미루는 것이 옳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 왜 중성화였을까 — 삼색이가 많았던 집
우리 집 고양이들의 구성은 조금 특이했다. 유난히 삼색 고양이가 많았고, 그만큼 암컷의 비율이 매우 높았다. 전체 열네 마리 중 수컷은 단 세 마리, 나머지는 모두 암컷이었다. 자연스럽게 가임기에 접어든 고양이도 많았고, 봄과 가을마다 마당의 분위기는 크게 흔들렸다. 삼색 고양이가 대부분 암컷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이렇게 한 집에 암컷이 몰리니 그 영향은 생각보다 컸다.
발정은 겹쳐서 찾아왔고, 아이들은 예민해졌으며, 서로를 향한 경계와 다툼도 잦아졌다. 특히 가임기의 암컷들이 동시에 많아지자 마당은 늘 긴장 상태에 놓여 있었다.
중성화 수술은 어느 날 갑자기 내려진 결정이 아니었다. 암컷이 많고, 가임기 고양이가 많았던 구조 자체가 이미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선택은 ‘아이를 줄이기 위한 결정’이 아니라, 이 아이들이 조금 덜 힘들게 계절을 지나가게 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에 가까웠다.
2. 작전 준비, 그리고 마음의 준비
중성화 수술은 도움을 주시는 분들에게 부탁하여 병원을 미리 결정하였다. 특히 주말에 포획하는 양이들의 수술이 문제가 되어서 주말도 수술이 가능한 병원까지도 알아놓고 수술을 해주기로 약속을 받았다. 여러 마리의 일정, 날씨, 아이들의 컨디션, 그리고 무엇보다 포획이라는 가장 큰 난관이 남아 있었다. 포획틀을 설치하던 날, 마당은 평소보다 더 조용했다.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낯선 기운을 느끼는 듯했고, 집사는 괜히 더 바쁘게 움직였다. ‘오늘은 누가 들어올까.’ ‘혹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아이가 들어오지는 않을까.’ 기다림의 시간은 생각보다 길고, 마음은 더 조급해졌다.
3. 포획의 순간
덜컥— 포획틀 문이 닫히는 소리는 언제 들어도 마음을 철렁하게 만든다. 안도감과 미안함이 동시에 밀려온다. ‘잡혀서 다행이다’와 ‘잡아서 미안하다’는 감정이 같은 순간에 존재한다. 포획된 아이의 눈빛을 마주할 때마다 ‘이 선택이 이 아이를 위한 거라고 정말 말할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4. 경험부족 이야기
금요일 늦은 시간, 노심초사 기다리던 끝에 한 아이가 포획틀에 들어왔다. “다행이다”라는 안도감과 동시에 “일요일에 병원에 가야 하는데, 이 아이는 배가 고프지 않을까”라는 측은지심이 함께 밀려왔다. 결국 나는 포획틀 안에 사료와 물을 넣어주기로 했다. 혹시라도 스트레스를 덜 받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빛을 차단하면 안정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포획틀 전체를 큰 포대기로 감싸 두었다. 하지만 잠시 후 궁금한 마음에 덮개를 살짝 열어보았을 때, 포획틀 안은 이미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아이는 배변을 하고 토까지 한 상태였고, 공간은 거의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오염이 되어 있었다. 결국 조심스럽게 다른 포획틀로 옮긴 뒤 일요일까지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다음 날, 포획 전문가에게 상황을 설명하자 수술 전에는 하루나 이틀 정도 금식 하는 것이 마취 부작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조언을 들었다. 그제야 내가 한 선택이 좋은 의도였지만 올바른 방법은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한 마리씩 포획할 때마다 기쁨과 걱정이 동시에 밀려온다. 하지만 경험은 분명 쌓인다. 포획틀을 설치하는 위치,기다리는 태도, 아이들을 자극하지 않는 방법까지 하나씩 배워가게 된다. 결국 우리 집 고양이와 마당에 드나들던 아이들까지 포함해 총 17 마리를 포획했다. 이 과정에서 알게 된 중요한 점은 포획틀을 설치한 뒤에는 지켜보며 압박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관심 없는 척 평소처럼 움직일 때 경계심 많은 아이들도 의외로 자연스럽게 들어간다. 또 하나, 불쌍하다는 마음에 추가로 사료를 주는 행동은 오히려 포획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점도 배웠다. 결국 이 과정은 아이들을 위한 선택이면서도 집사가 성장하는 시간이었다.
5. 병원으로 보내는 길
이동장 안은 조용하지만, 그 침묵이 오히려 더 크게 느껴진다. 차 안에서 들리는 작은 숨소리, 미세한 움직임 하나에도 괜히 마음이 쿵 내려앉는다. 병원으로 보내려고 포획 전문가에게 아이를 맡기고 돌아서는 순간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무사히 중성화 수술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것 뿐이다.
6. 다시 돌아온 아이들

수술을 마치고 돌아온 아이들 가운데 유난히 기억에 남는 아이가 있다. 칠복이였다. 이동장 문을 열자마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산쪽으로 달려가 버렸다. 그 모습이 어찌나 급했는지 마음속에 작은 상처가 남은 건 아닐까 괜한 걱정이 따라왔다. 그 후로 칠복이는 2주 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혹시 수술 후 문제가 생긴 건 아닐까 여러 번 마음이 쓰였다. 그리고 정확히 2주일 뒤, 수척한 모습으로 다시 돌아왔다. 허피스 증상이 심하게 올라온 상태였다. 약을 먹이고 상태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돌봄 끝에 겨우 다시 기운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 시간을 지나며 집사의 마음도 함께 단단해졌다.
다른 아이들 역시 평소보다 훨씬 조용했고 움직임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웠다. 그날의 마당은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듯했다. 밥을 바로 먹지 못하는 아이, 구석에 웅크린 채 나오지 않는 아이, 괜히 다른 아이들과 거리를 두는 모습까지 그 하나하나가 집사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하지만 모든 아이가 그 시간을 함께 건너오지는 못했다. 허피스 증상이 심했던 다섯 아이는 끝내 병을 이기지 못했다. 지금도 그 모습들이 선명히 떠오르고 가슴 한편이 조용히 저려 온다. 아이들을 보내며 돌봄의 무게가 얼마나 큰지, 그리고 질병 앞에서 얼마나 빠른 판단과 준비가 필요한지 비로소 깊이 깨닫게 되었다.
먼저 무지개다리를 건넌 아이들이 아프지 않은 곳에서 편안하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그 시간은 집사에게 오래 남을 배움이 되었다.
6. 시간이 지나고
며칠이 지나자 아이들은 조금씩 일상으로 돌아왔다. 눈빛이 달라졌고, 서로를 향한 긴장도 서서히 누그러졌다. 아직은 완전히 알 수 없다. 이 선택이 모든 아이들에게 늘 옳았는지에 대해서는. 다만 분명한 건, 이 결정이 사람의 편의를 위한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기 위한 선택이기를 진심으로 바랐다는 사실이다.

7. 마치며
중성화 수술은 끝이 아니라 과정이었다. 그리고 이 집의 고양이들은 그 과정을 각자의 속도로 지나가고 있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그 이후, 조금 달라진 마당의 풍경과 아이들의 변화를 기록해 보려 한다.
💡 춘천시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 안내
춘천시에서는 도심지나 자연적으로 번식하여 살아가는 길고양이를 보호 관리하고 개체수를 조절하여 지역 주민 간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하여 「동물보호법」제34조에 근거 길고양이 중성화(TNR) 사업을 추진합니다. 상반기, 하반기로 나누어서 진행되며, 사업량은 850마리 입니다. 자세한 문의는 춘천시 농업기술센터 축산과 반려동물복지팀 (033-245-5350)으로 문의 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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