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뒷마당에 터를 잡은 4마리 고양이, 미투, 행운, 오복, 칠복

[고양이 시리즈 5/7] 열 마리가 함께 살아가는 하루 루틴

아침은 늘 고요하게 시작되지 않는다. 열 마리가 함께 살아가는 집의 하루는 눈 뜨기 전부터 이미 움직이고 있다. 누군가는 잠자리에서 먼저 깨어나고, 누군가는 부엌 쪽을 기웃거리며 “오늘도 어김없이 하루가 시작되는구나” 하고 알려준다. 시계보다 정확한 건 고양이들의 몸이다. 조금 늦게 나가면 고양이들이 문 앞에서 우리가 나오기를 간절하게 기다린다. 너무 늦으면 문을 긁기도 하고 야옹 소리로 배고픔을 알리기도 한다.

집사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미래와 코순이

아침 밥 시간은 작은 질서가 만들어지는 순간이다. 앞마당 5마리중 늘 먼저 오는 미래, 코순이, 비통이가 있고, 조금 떨어져 기다리는 반이가 있고, 사람 눈치를 보며 마지막에 다가오는 양이가 있다. 양이는 새끼를 기를 때부터 양보하는 습관이 몸에 배인것 같다. 뒷마당은 늘 먼저 오는 미투, 조금 떨어져 기다리는 행운이, 오복이가 있고, 사람 눈치를 보고 끝까지 눈치를 보다가 사람이 안보이면 다가와서 먹거나 새벽에 몰래와서 먹는 칠복이가 있다.


집아래 공간에는 대장 고양이 검댕이가 위풍 당당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앞마당, 뒷마당 먹이를 주느라고 좀 늦으면 “왜 안주는 거야” 라며 따지듯이 앞 마당에 올라와 기다린다. 아홉 마리의 아침을 모두 챙긴 뒤 사료를 들고 내려가면 검댕이는 늘 앞서 간다. 5미터쯤 가다 뒤를 돌아보고, 따라오지 않으면 기다렸다가 따라오면 다시 또 5미터. 이 과정을 서너 번 반복해야 식사 장소에 도착한다. 밥을 먹기 전에는 꼭 만져주기를 원한다. 보호장갑을 끼고 쓰담쓰담을 3~5분쯤 해 주어야 그제서야 밥을 먹기 시작한다. 같은 공간에 있어도 각자의 성격은 또렷하다.

💡 고양이 쓰다듬기 TIP

고양이를 쓰다듬을 때는 턱밑, 뺨, 미간, 귀 뒤, 목, 어깨, 등, 엉덩이 등 좋아하는 부위를 중심으로 털 결을 따라 부드럽게 만져주되, 고양이가 먼저 다가올 때, 꼬리를 세우고 쳐다볼 때 타이밍을 잡고, 귀가 뒤로 젖히거나 꼬리를 세게 흔들면 즉시 중단해야 안전하며, 특히 배나 꼬리 쪽은 싫어하는 경우가 많으니 피해야 합니다.

※ 야생고양이는 보호장갑을 반드시 착용하셔야 안전합니다.

아침이 끝나면 집 안은 잠시 조용해진다. 앞 마루, 뒷마루, 아래집 창고 위 지붕, 앞마당 의자 위, 호두나무 앞 작은 돌담 위, 장작 더미 위 등 각자가 선택한 자리에서 놀멍쉬멍 하다가 졸다가 자다가 하면서 시간을 즐긴다. 열 마리가 함께 살아가지만 놀고 쉬는 방식 만큼은 철저히 개인적이다.

9마리 중 은근히 군기를 잡고 서열을 정리하는 두마리가 있는데 코순이와 비통 이다. 뒷마당의 아이들이 앞마당에 오는데 가끔씩 심술을 부려 행운이, 미투, 칠복, 오복이를 괴롭힌다. 때로는 괴롭힘의 강도가 세어져 싸움으로 번질 때도 있다. 그럴 때는 사람이 개입해 싸움을 막는다. 가만히 지켜보면 이들도 나름의 방식으로 서열을 조정하고 있는 듯하다.

어느때는 집에 고양이가 한마리도 없을때가 있다. 아마도 산으로 들로 나가 야생고양이로서 삶을 즐기는 것 같기도 하다. 은근히 따뜻한 곳을 좋아해 햇살 많고 맑은 날에는 앞마당, 뒷마당에 세상 편안한 자세로 쉬는 모습을 보면 여기가 양이들의 천국, 집사의 천국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저녁이 되면 다시 작은 긴장이 생긴다. 가끔씩 밥그릇 앞의 미묘한 자리 싸움, 괜히 지나가다 한 번씩 내뿜는 기분 표현,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같은 공간으로 돌아오는 과정까지.

앞마당에서 자기 밥그릇 놔두고 밥그릇 싸움하는 미래

밤이 되면 집은 또 다른 얼굴을 가진다. 낮보다 더 조용하지만 어딘가 살아 있는 기척. 열 마리가 각자의 방식으로 오늘 하루를 정리하고 있는 시간이다. 앞마루에는 고양이의 겨울나기를 도와주기 위해 나름 포근한 잠자리를 제공하려고 스티로품 박스에다 따뜻한 옷을 넣어 5마리가 편히 쉬도록 해주었는데 다행히 5마리가 모두 만들어준 곳에서 겨울을 나고 있다. 뒷마루에는 다른 곳에서 모두 자는것 같아서 그냥 박스만 가져다 놓았는데, 어느날 보니 박스안에서 자고 있길래, 앞마루처럼 따뜻하게 제공하였더니 미투, 행운이가 겨울을 나고 있고, 칠복이와 오복이는 윗집이나 다른곳에서 겨울을 나는것 같다. 대장 고양이 검댕이는 아래집 배수로가 있는데 아마도 그곳에서 나오고 들어가는것을 보면 배수로에 포근한 공간이 있는것 같다.

열 마리가 함께 산다는 건 완벽한 질서를 만드는 일이 아니라, 조금씩 어긋나는 리듬을 매일 다시 맞춰가는 일에 가깝다. 그래서 이 집의 하루는 늘 같지만, 결코 똑같은 적은 없다.

🌿 함께 읽으면 더 깊어지는 산들바람 이야기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