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송이와 알밤

[나무 가꾸기] 밤나무 이야기 n년의 기록 ①

1. 왜 우리는 밤나무를 심게 되었을까

시골에 내려와 살기 시작한 첫 1~3년 동안은 밤나무를 심을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가을이면 주변 밤나무에서 떨어지는 밤을 주워도 충분했고, 겨울까지 보관해 두었다가 제사에 쓸 만큼은 늘 넉넉했다.

그건 전적으로 큰 형님 덕이었다. 마을 이장을 맡고 계시던 형님 덕분에 귀향 초기에 마을에 자리 잡는 일도 한결 수월했고, 형님이 관리하시던 큰 밤나무 몇 그루가 있어 우리도 자연스럽게 그 밤을 함께 주울 수 있었다. 그 시절에는 밤이 ‘우리 것’인지 ‘남의 것’인지 굳이 구분할 필요가 없었다. 가을은 늘 그렇게 풍족했다.


2. 상황이 바뀌기 시작한 건, 형님이 돌아가신 뒤였다

형님이 갑자기 일찍 돌아가시고 마을의 공기부터 달라졌다. 돌아가신 지 1~2년까지는 그래도 그럭저럭 밤을 주울 수 있었지만, 그 이후부터는 해마다 주울 수 있는 밤의 양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예초기를 들고 나가 밤 주울 자리를 정성껏 깎아 놓은 후에 밤을 주으러 가면, 어느새 밤은 대부분 사라져 있었다. 그럴때는 빈정이 상하기도 했고, 속이 상하기도 했다. ‘왜 우리가 깎아 놓은 자리를…’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막상 누구를 탓할 수는 없었다. 그건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고, 그저 상황이 달라진 것이었다.


3. 그해 가을, 하나의 결론에 이르렀다

남의 밤나무에 기대어 사는 계절은 이제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단순했다.

우리만의 밤나무를 심자.

처음에는 세 그루였다. 두 그루는 공주 밤나무 , 한그루는 일반 밤나무로 심었다. 욕심내지 않고,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밤나무는 다행히도 큰 탈 없이 잘 자라주었다. 그 다음 해에는 한 그루를 더 심었고, 재작년에는 식목일에 작은딸이 춘천시에서 무상으로 받아온 밤나무 한 그루를 심었다. 작년에는 처제가 “토종 밤나무라 더 좋다”며 두 그루를 사 주었고, 그렇게 우리 주변에는 조금씩 밤나무가 늘어갔다.

(Tip) 밤나무 묘목 심는 방법

  • 심을 위치에 구덩이를 깊이 50cm, 폭 50cm 이상으로 넉넉하게, 경험상으로 깊게 파는것이 나무를 살리는 최고의 방법.
  • 구덩이에 퇴비를 넣어주거나, 아무것도 안 넣어 주어도 됨.
  • 묘목을 구덩이에 넣고 뿌리가 흙에 잘 펴지도록 하며, 이때 물은 충분하게
  • 흙을 덮고 뿌리를 단단히 눌러주고,
  • 마지막으로 물을 보충해 주어 묘목이 잘 활착하도록 합니다.

4. 아직은 열매보다 시간이 먼저다

아직 이 밤나무들이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밤을 안겨줄지는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제 가을을 기다리는 마음이 조금 달라졌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얼마나 주울 수 있을까’를 생각했다면, 이제는 ‘올해는 얼마나 자랐을까’를 생각한다. 이 기록은 밤을 얼마나 수확했는지가 아니라, 우리가 왜 밤나무를 심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이제 막 시작되었다.

✔ 이 글은 시골 생활에서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했습니다.
✔ 산들바람 다이어리는 농촌의 일상과 삶을 기록하는 개인 미디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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