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들바람 일기–까마귀 이야기 ①

안녕하세요, [산들바람] 입니다.

🖤 “시골집의 까마귀, 처음 알게 된 인연”

시골집에는 우리가 크게 반기지 않는 존재들도 있다.
바로 까마귀다.

어머니가 살아계실 때는
까마귀 울음만 들려도 문 열고 소리치시고,
손사래 치며 “저놈들 또 왔네!” 하시던 모습이 선명하다.
이제는 그 모습마저 그립다.

어느 날부터인가
까마귀는 단순한 ‘시끄러운 새’가 아니라
우리 집을 지켜보는 조용한 이웃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면
어디선가 기다렸다는 듯 까마귀 한 마리가 먼저 내려온다.
그리고는 까악까악— 소리를 내며 친구들을 부른다.
두세 마리가 조용히 모여 먹고,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어느 날은
앞산 소나무에서 비닐봉지를 두고 까마귀들끼리 싸우길래
“야 이놈들아! 먹는 걸로 싸우지 마라!” 하고 소리쳤더니

놀랍게도 조용해지더니
잠시 후 휙 날아가 버렸다.
그날 처음으로
까마귀가 사람 말을 알아듣는구나 하고 느꼈다.

가끔 유통기한 지난 쌀이나 잡곡을 놓아두면
다음 날이면 깨끗하게 사라져 있다.
그리고 꼭 짧게 울어준다.

“까악— 고맙다.”

그런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