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건네준 봄의 선물, 고사리
봄비가 지나간 뒤의 산은 조용했다.
벌나무를 심어 놓은 산자락 주변에는 오래전부터 고사리가 올라오는 작은 고사리밭이 있다. 올해 봄, 예초기를 이용해 작년에 남아 있던 큰 풀 흔적들과 넝쿨등을 정리했고, 톱으로 잡목들을 정리했는데, 그 덕분에 올해는 한결 수월하게 고사리를 뜯을 수 있었다.
비가 온 지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고 날씨도 쌀쌀하여 고사리가 많이 올라오지 못했을 것이라 예상했는데, 역시 산에는 아직 여린 고사리들이 듬성듬성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그래도 산 이곳저곳을 천천히 다니며 뜯다 보니 어느새 가져간 가방은 제법 묵직하게 채워졌다.

고사리를 뜯는 시간은 단순히 먹거리를 얻는 시간이 아니다.
구석구석 숨어 있는 고사리를 찾기 위해 눈을 집중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마음도 한곳에 모인다. 그래서인지 산에서 고사리를 뜯고 내려오면 정신이 맑아지고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느낌을 받는다. 먼 산을 바라보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잠시 쉬는 시간은 도시에서는 쉽게 얻기 힘든 망중한이다.
무엇보다 산중의 신선한 공기를 깊이 들이마시는 순간마다 자연이 주는 건강한 기운이 몸속으로 스며드는 듯하다.
고사리를 뜯는 중간 중간 심어 놓은 나무들의 상태도 살펴보았다.
벌나무는 제법 자리를 잡아 건강하게 자라고 있었고, 늦잠꾸러기 같던 헛개나무는 이제야 눈을 틔우며 잎을 낼 준비를 하고 있었으며, 노각나무는 늦게 수줍게 잎을 틔우고 있었다. 아마 아침 저녁으로 쌀쌀한 날씨에 조심스럽게 뿌리 내림을 하는 것 같다. 나무마다 자신만의 시간이 있다는 것을 다시 느끼게 된다.
오늘은 지게도 함께 준비했다.
고사리만이 아니라 땔 나무를 함께 지고 오기 위해서였다. 산에서의 일은 힘들지만, 몸으로 짐을 지고 내려오는 과정 속에서 오히려 살아 있다는 감각을 느끼게 된다.

집으로 돌아온 뒤에는 바로 고사리를 삶을 준비를 했다.
솥에 물을 가득 붓고 팔팔 끓기 시작하면 아린 맛(쓴맛·떫은맛)을 효과적으로 제거하고, 질긴 섬유질을 부드럽게 만들며, 고사리의 잡내를 줄이기 위해서 소금 한 줌을 넣고 뜯어온 고사리를 넣어 삶는다. 어느 정도 삶아진 뒤에는 고사리 줄기를 만져 보며 익은 정도를 확인하고 건져낸다.


삶아낸 고사리는 마당에 널어 두고 2-3 시간 정도 지나면 고사리를 한데 모아 손으로 살짝 으깨 주는데, 이는 섬유질을 부드럽게 하기 위한 과정이다. 그렇게 다시 햇볕과 바람에 말린 뒤 완전히 건조되면 망에 담아 보관한다.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이런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산의 봄이 오래도록 저장된다. 봄은 그렇게 사람의 손과 시간을 통해 천천히 삶 속으로 들어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