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국 꽃봉우리 이미지

수국 꽃봉오리를 확인하다

시골로 들어온 뒤 삽목한 수국이 뿌리를 내리고 잘 자랐지만, 정작 꽃은 쉽게 볼 수 없었다.
해마다 잎은 무성하게 자라고 덩치는 커졌지만 꽃봉오리는 보이지 않았다. 풍성한 초록만 남고 꽃은 피지 않는 시간이 반복되었다.

그 이유를 뒤늦게야 알게 되었다.
전년지 수국의 특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수국은 종류에 따라 꽃이 피는 방식이 다르다. 어떤 수국은 올해 나온 가지에서 꽃을 피우는 당년지 수국이고, 어떤 수국은 지난해 자란 가지에서 꽃을 피우는 전년지 수국이다.
그런데 나는 꽃을 피워야 할 전년도 가지를 해마다 겨울마다 잘라내고 있었다. 수국 입장에서는 꽃을 피우고 싶어도 피울 수 없는 상황이었던 셈이다.

그래서 지난해에는 마음을 바꾸었다.
2025년에 나온 가지들을 최대한 보호하기로 했다.

겨울이 오기 전 산에서 낙엽을 가져와 수국 주변을 꼼꼼하고 두툼하게 덮어 주었다. 찬바람과 혹한을 견딜 수 있도록 월동 준비를 단단히 해주었다. 그리고 봄이 되자 조심스럽게 낙엽을 걷어냈다.

날이 조금씩 풀리자 땅속에서 새로운 가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겨울을 견딘 전년도 가지에서는 나무 아래쪽부터 위쪽까지 연둣빛 새잎들이 천천히 살아나기 시작했다. 작은 잎들은 시간이 지나며 점점 커졌고, 수국은 조용히 봄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다 목단이 지고 작약이 피기 시작할 무렵, 수국나무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 순간이었다.

전년도 가지 끝마다 작은 수국 꽃봉오리들이 하나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참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귀촌 이후 처음으로 수국의 화려함과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겠다는 기대감, 그리고 시행착오 끝에 드디어 성공하는구나 하는 안도감이 함께 밀려왔다.

식물을 키운다는 것은 단순히 물을 주고 가지를 자르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꽃 하나 피우기 위해 식물은 자기만의 시간을 견디고 있었고, 사람은 그 시간을 이해해야 했다.

그래서 이제는 나무를 전지하기 전에 꼭 확인한다.
이 나무가 전년지에서 꽃이 피는지, 당년지에서 꽃이 피는지를 먼저 살펴본다.

조금 늦게 배웠지만, 식물을 기르며 사람도 함께 배우게 되는 것 같다.
나무를 기르고 꽃을 기른다는 것은 결국 자연 앞에서 서서히 겸손해지는 과정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