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이야기 2/2] — 그 후에도, 조용히 이어진 시간들
사랑이 이야기를 다 쓰고 나면 마음이 조금 가벼워질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도 더 자주 생각이 났다. 갑자기 떠오르듯, 아무 준비도 없이. 그래서 또 산소에 갔다. 특별한 날도 아니었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정해두지 않았다. 그냥… 보고 싶어서였다. 그날 손에 들고 갔던 건 국화 한 다발이었다. 장터에서 무심히 고른 국화였다. “그래, 이 정도면 되겠지.” 그런 마음으로 산소 옆에 꽂아 두고 내려왔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다시 갔을 때, 그 국화가 그대로 서 있었다. 아니, 서 있는 정도가 아니라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땅을 붙잡고, 자기 자리를 찾은 것처럼. 그리고 꽃을 피웠다. 그것도 딱 두송이를…. 아무도 돌보지 않았는데, 물을 준 적도 없는데, 그 자리에 맞춰 조용히 피어 있었다. 신기하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였다. 사랑이의 마음을 읽을것 같아서…..

그걸 보는데 이상하게 가슴이 먹먹해졌다. “아, 잘 있구나.” 말로 하지 않아도, 그렇게 느껴졌다. 여름이 오고 장마가 시작되자 이번에는 다른 걱정이 생겼다. 비가 너무 많이 오면 산소가 물에 잠기지 않을까. 흙이 쓸려 내려가진 않을까. 그래서 삽을 들었다. 말없이 배수로를 더 깊게 팠다. 비가 와도 물이 머물지 않게, 한 번 더, 조금 더 깊게. 땀이 흘렀고 숨도 찾지만 이상하게 기쁜 마음이 들었다. “이 정도면 괜찮겠지.” 스스로에게 말하며 흙을 다지고 내려왔다. 장마가 지나고, 비가 멎은 뒤 다시 산소를 찾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이 컸다. 그런데… 산소는 조용했고, 깨끗했고, 안전했다. 물이 고인 흔적도 없었고 흙이 무너진 자리도 없었다. 국화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2025년에는 부모님과 형님 산소를 벌초하는 날에 부모님 산소 근처에 사랑이가 묻혀 있던 산소도 함께 들렀다. 풀이 무성하게 자라 있지는 않았다. 그냥, 그대로 두어도 될 정도였다. 그래도 마음이 그랬다. “그래도 벌초는 해야지.” 예초기를 메고 사랑이 산소 주변의 작은 풀들을 정리했다. 크게 자란 것도 아니고, 정말 자잘한 풀들이었지만 하나하나 정리하고 나니 자리가 훨씬 단정해졌다. 부모님 산소와 형님 산소를 돌보는 일 속에 사랑이 산소가 자연스럽게 함께 있었다.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특별한 의미를 붙이지 않아도 그게 당연한 것처럼 느껴졌다. 그 순간 알았다. 사랑이는 이미 가족의 시간 안에 들어와 있었다는 걸. 사랑이는 이제 말이 없지만, 나는 여전히 이렇게 생각이 나면 가고, 가서 보고, 보고 나면 조금 안심하고 돌아온다.

아마 이 이야기도 2부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또 생각나면, 3부가 될 수도 있고 아무 번호도 없는 이야기로 남을 수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 사랑은 그렇게, 조용히 이어지는 거니까.
🌿 함께 읽으면 더 깊어지는 산들바람 이야기
자연과 정원의 기록에서 더 알아보기
구독을 신청하면 최신 게시물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