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들바람일기- 향수
안녕하세요, 산들바람입니다.
내 고향은 강원도 춘천시 북산면 삼막골, 봉화산 자락 아래 자리 잡은 작은 마을입니다.
그곳은 산이 깊고, 돌이 많고, 길이 험했습니다.
괭이와 삽으로 땅을 파면 언제나 돌멩이가 굴러 나왔고, 넓은 밭을 일굴 자리는 많지 않았지요.
그나마 쓸모 있는 평지도 경사가 있어서 농사 짓기가 수월치 않았습니다.
그 당시 식구들은 많았고 먹을것은 귀했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은 화전을 일구어 먹을것과 내다 팔것을 농사 지을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당시의 화전을 일구던 연기 냄새 속에는 화전민들의 애환과 희망이 함께 섞여 있었습니다.
봄이 오면 산비탈에 나무를 베고, 불을 놓았지요. 산이 불탄 그 재 위에 콩과 메밀을 뿌렸습니다. 메밀을 농사지어 겨울과 봄에 막국수로 배고픔을 달랬고, 콩은 팔아 생활비와 다른 식량으로 바꾸어 살았지요.

⛰️ 소양강댐이 남긴 고요, 세상에서 멀어진 오지
소양강댐이 생기기 전만 해도 춘천 시내까지 차로 2-30분이면 닿는 곳이었습니다. 일이 급하거나 바쁠때는 걸어서도 시내를 다니기도 했었죠.
아버지는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새벽마다 지게에 쟁기를 지고 길을 나서셨지요. 그러나 유행가 가사 처럼 살림살이는 마냥 그자리 였지만요. 그래도 굶지 않고 대식구들이 같이 살았던 추억은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것이 행복이었고, 우리 가족의 화양연화 였습니다.
그러나 댐이 생기고 길이 잠기자, 우리 마을은 북산면에서 춘천시까지의 거리가 가장 멀어진 오지가 되었습니다.
동네 사람들의 웃음소리, 삶의소리로 채워졌던 마을은 이제 고요함과 적막함만 감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고요함과 적막이 싫지 않았습니다.
세상의 소음이 닿지 않는 그곳에서 나는 진짜 ‘살아 있음’을 느끼고 살아갑니다.
집 뒤로는 봉화산이 우뚝 서 있고, 봄이면 진달래와 철쭉이 불붙듯 피어나던 그곳은 늘 아름답고 그리운 곳입니다.
🍃 봉화산 아래, 내 영혼의 안식처
여름엔 초록이 마을을 감싸며, 가을엔 단풍이 불타고 겨울엔 지붕 위에 눈이 살포시 내려앉습니다. 앞마당에서 멀리 산 능선을 바라보면 강바람이 천천히 불어옵니다. 그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지나가면 어릴 적 기억이, 사람들의 웃음이, 그리고 그 시절의 냄새가 함께 되살아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