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들바람의 귀촌일기] 06 정감 어린 돌담을 복구하다: 60년 세월을 다시 쌓는 일
1. 허물어진 돌담, 그리고 사라진 장인의 손길
화장실을 새로 짓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돌담의 일부를 허물어야 했습니다. 공사가 끝난 뒤 다시 돌담을 쌓으려 큰형님, 동네 아저씨와 머리를 맞댔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이 담을 처음 쌓으셨던 분은 방고래까지 설치한 마을의 장인이셨는데 이미 오래전에 작고 하셨고, 그 옛날의 정교한 방식을 재현할 길은 막막했습니다. 60년이라는 기나긴 세월을 버텨온 돌담 이었기에, 그 투박하면서도 정겨운 옛 정취를 그대로 되찾아주고 싶은 마음만 굴뚝 같았습니다.
2. ‘옛 방식’과 ‘안전’ 사이의 타협
포기하지 않고 수소문한 끝에 고등학교 친구를 통해 돌담 쌓는 경험이 있는 분을 간신히 찾았습니다. 하지만 그분조차 “옛날 방식 그대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고개를 저었습니다. 다만, “다시는 허물어지지 않게 튼튼하게는 쌓아줄 수 있다”고 확신하더군요. 아쉬움은 남았지만, 가옥의 안전과 미래를 위해 결단을 내려야 했습니다. 그렇게 전문가의 손을 빌려 무너졌던 구간을 다시 쌓았습니다. 옛 모습 그대로는 아닐지라도, 다시 단단하게 서 있는 담장을 보니 마음 한구석이 든든해졌습니다.

3. 부부의 손길로 채운 담장의 빈틈
업자의 손을 빌려 큰 공사는 마쳤지만, 60년 세월에 여기저기 조금씩 허물어진 담장 구석구석이 눈에 밟혔습니다.
- 부부의 공동 작업: 큰 일손이 필요 없는 곳들은 아내와 제가 시간이 날 때마다 조금씩 돌을 주워다 메꾸기 시작했습니다.
- 치유의 시간: 투병 중인 아내와 함께 돌담을 고칠 때에는 큰 돌은 제가 작은 돌로 틈새를 맞추는 일은 꼼꼼한 아내의 손을 거쳐 더 튼튼하게 되었습니다. 부부가 단순히 담장을 고치는 일을 넘어 60년 담장의 세월까지도 치유한 시간 이었습니다.
4. 가족이 모여 완성할 내일의 돌담
여전히 우리 힘만으로는 벅찬, 대대적인 보수가 필요한 구간이 두 군데 정도 남아 있습니다. 이 부분은 동서들, 처남과 상의하여 조만간 날을 잡아 함께 힘을 보태기로 했습니다.
지금은 임시 복구로 마무리해 두었지만, 머지않아 온 가족이 모여 땀을 흘리며 담장을 완성할 그날이 기다려집니다. 60년 전 누군가의 손에서 시작된 이 돌담은, 이제 우리 가족 모두의 손길이 닿은 ‘사랑의 울타리’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귀향일기 1~10부 한눈에 보기
- 1부 : 귀향을 떠올리게 된 계기
- 2부 : 고향집 수리 잔혹사
- 3부 : 아궁이와의 전쟁
- 4부 : 안전을 다시 설계하다.
- 5부 : 미안하다, 고맙다
- 7부 : 물이 흐르고 온기가 돌다.
- 8부 : 화장실을 세우고 정화조를 묻다
- 9부 : 삼막골의 일원이 된다는 것
- 10부 : 초보 농부의 혹독한 입문기
- 마치며 : 마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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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귀촌 과정에서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했습니다.
✔ 농촌 생활을 준비하거나 고민하는 분들께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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