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수리할 때 개축한 화장실

[산들바람의 귀촌일기] 08 화장실을 세우고 정화조를 묻다: 선택과 후회 사이의 기록

1. 담장을 허물고 흙을 채우다

우리 집 수리 공사 중 가장 규모가 컸던 일 중 하나는 바로 화장실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구식 건물의 기초를 높이고 현대식 화장실을 앉히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엄청난 양의 흙이 필요했습니다. 결국 정든 돌담의 일부를 허물어 길을 내고서야 대량의 흙을 들여와 기초를 돋울 수 있었습니다. 기초를 돋울 때는 장비가 들어오지 못해서 인부들과 형님, 아저씨가 고생을 하며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형님과 아저씨에게 감사한 마음이 지금까지도 남아 있는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지요. 담을 허무는 마음은 아팠지만, 편히 사용할 깨끗한 화장실을 위해 내린 결단이었습니다.


2. 정화조 위치 선정의 선견지명: “청소를 생각하라”

정화조를 어디에 묻을 것인가를 두고 고민이 많았습니다. 저는 당장의 편리함보다 먼 미래의 관리를 생각했습니다. 정화조 청소 차량이 접근하기 수월하도록 도로와 인접한 담벼락 옆 밭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화장실과의 거리도 멀지않았고, 나중에 청소할 때 긴 호스를 끌어오느라 고생하지 않도록 배려한 선택이었는데, 이는 지금 생각해도 정말 잘한 결정 중 하나로 꼽습니다. 시골집 수리에서 ‘관리의 편의성’은 백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3. 뼈아픈 교훈: “타일 공사는 반드시 전문가에게”

하지만 모든 선택이 완벽할 수는 없었습니다. 공사비 절감을 위해 타일 전문 기술자를 부르는 대신, 전체 수리를 맡은 업자에게 타일 마감까지 맡겼던 것이 지금까지도 못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 겉보기엔 멀쩡하지만: 벽면 타일은 그럭저럭 보기에 괜찮았습니다.
  • 바닥의 배신: 문제는 바닥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니 타일이 들뜨기 시작했고, 무엇보다 물 구배(기울기)가 맞지 않아 물이 한곳에 고이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매일 쓰는 화장실 바닥에 물이 고여 있는 것을 볼 때마다, “그때 비용이 조금 더 들더라도 타일만큼은 전문가에게 맡길걸” 하는 후회가 밀려옵니다. 집 수리에서 ‘기술이 필요한 특수 공정’은 타협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몸소 깨달은 순간이었습니다.

물구배가 안잡힌 타일

4. 맺으며: 미완의 완성, 삼막골의 일상

재래식의 불편함을 견뎌야 했던 인고의 시간이 지나고, 마침내 우리만의 화장실이 생겼습니다. 화장실이 완성되기 전까지만 해도 씻거나 용변을 해결하기 위해 매번 형님 댁까지 걸음을 옮겨야 했습니다.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남의 집 문을 두드려야 했던 미안함과 번거로움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고충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다릅니다. 시간의 구애 없이 언제든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고 목욕을 하며 하루의 피로를 풀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한밤중에도 편안하게 용변을 볼 수 있다는 평범한 일상이 우리에게는 얼마나 큰 행복인지 모릅니다.

물론 아마추어의 손길이 닿은 탓에 바닥 구배(기울기)가 완벽하지 않아, 샤워 후에는 고인 물을 직접 쓸어내야 하는 번거로움이 뒤따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조차 즐겁습니다. 완벽하지 않기에 더 애착이 가고, 앞으로 내 손으로 고쳐나가야 할 숙제가 남아있기에 우리 집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의 설렘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이 화장실 덕분에 삼막골 생활은 비로소 한결 쾌적하고 안락한 안식처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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