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발아되어 화분으로 옮겨심은 작약

삼막골의 주말 일상

주말 아침[2026.5.16], 가방을 챙기고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안전 장화를 신은 뒤 고사리를 뜯으러 산으로 향했다.
햇볕으로부터 얼굴을 보호하려고 모자와 수건으로 단단히 얼굴을 감싸는 것도 이제는 익숙한 일상이 되었다. 자외선의 무서움을 피부의 노화로 느끼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이번에는 고사리만 뜯는 것이 아니라 많이 자란 풀도 제거하려고 예초기까지 메고 올라갔다.
먼저 예초할 주변의 고사리를 뜯고, 그 다음 예초기를 돌려 무성하게 자란 풀들을 정리했다. 손끝은 떨리고 기계 소리는 요란했지만, 해마다 이때 쯤이면 의례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서인지 어느새 몸이 자연스럽게 움직이고 있었고 풀정리를 무사히 마칠수 있었다.


삼막골 고사리밭은 경사가 심한 곳이 많다.
나는 가파른 비탈 쪽으로 향했고, 내자는 벌나무를 심어 놓은 곳으로 이동했다. 그런데 급경사에서 고사리를 다 뜯은후에 잠시  쉬려고 나무밑에 앉았는데 내자가 헐레벌떡 달려오며 더 이상 고사리를 못 뜯겠다고 했다.

왜 그러냐고 물으니 파란색 뱀을 보았는데 자꾸 눈앞에 어른거려 무섭다고 했다.
아마 꽃뱀을 본 듯했다. 내자가 내려가고 혹시 몰라 뱀이 나왔다는 주변과 예초기를 내려놓은 곳에서 일부러 예초기의 시동을 켜고 한참 동안 소음을 냈다.
뱀은 진동을 감지하면 도망간다고 들었고, 가솔린 냄새도 싫어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참 공회전을 시킨 뒤 다시 고사리를 뜯기 시작했다.
다행히 그 이후로는 뱀을 마주치지 않았다. 며칠 동안 뜯지 못했던 덕분인지 생각보다 많은 고사리를 꺾어 담을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날이 너무 뜨거워 바로 고사리를 삶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혹시 모를 진드기를 털어내기 위해 따뜻한 물로 온몸을 깨끗이 씻어냈다.

아점을 먹고 잠시 눕는다는 것이 어느새 두 시간이나 지나 있었다.
산에서 땀 흘리고 돌아온 뒤의 낮잠은 참 달콤하다.


그러다 문득 “고사리는 뜯고 바로 삶지 않으면 쇤다”라고 하시던 어르신들의 말씀이 떠올랐다.
부랴부랴 아궁이에 불을 붙인 후 솥에 물을 붓고 끓여 고사리를 삶아 뜨거운 햇볕 아래 널어 말렸다. 삶아진 고사리 냄새에는 이상하게도 늦 봄 산의 향기와 고향의 향수가 함께 배어 있는 듯하다.

그 뒤에는 아침에 물을 주지 못했던 채소밭과 꽃밭, 작약밭을 돌며 충분히 물을 주었다. 특히 수국은 물을 좋아해 더 세심하게 챙겨주었다.

담장 밖 명이나물이 있는 곳에는 삼채와 부지깽이나물이 자라고 있는데, 어느새 풀이 너무 무성해져 세력이 약해지고 있었다.
잡초를 제거해 주고, 자연적으로 파종되어 올라온 메리골드도 집 이곳저곳으로 옮겨 심었다.


아마 여름이 되면 메리골드는 환한 꽃을 피우고 특유의 향기로 우리를 즐겁게 해줄 것이다.
그렇게 삼막골의 하루는 고사리 향과 흙냄새, 그리고 땀 냄새 속에서 천천히 저물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