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무 심기 위한 일을 하다가 문득 옛 추억을 회상하다.”
📌4월 5일 식목일에 나무를 심는 것이 좋다고들 하지만, 경험상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고 나니 나무는 11월이나 2월 말에서 3월 말 사이에 심는 것이 훨씬 잘 산다는 것을 몸으로 배우게 되었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나무를 심는 준비는 늘 그 시기에 맞추어 한다. 비료를 미리 가져다 놓고, 물도 준비해 두고, 삽과 장비도 하나씩 점검한다. 나무를 심는 일은 막상 심는 날보다 그 전에 하는 준비가 더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올해는 아버지가 남겨 놓으신 산에 산청목을 심어 보기로 했다. 그래서 산을 정비하며 나무를 심을 자리를 만들고 있다. 먼저 잔나무들을 정리하고, 그 사이에서 자라고 있던 자생 밤나무들도 몇 그루 솎아냈다. 삽을 들고 나무를 정리하다 보면 생각보다 힘이 많이 든다.
잠시 일을 멈추고 숨을 고르며 산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때 문득, 이 산에서 뛰어다니며 놀던 어린 시절의 기억들이 하나둘 떠올랐다. 친구들과 함께 산을 오르내리던 일, 밤을 줍다가 서로 더 많이 주웠다고 자랑하던 일, 어른들 몰래 계곡에서 물장난을 치던 일…. 지금은 조용한 산이지만, 그때 이곳은 우리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했던 작은 놀이터였다. 나무를 심기 위해 산을 정리하다 보니 그 속에 묻혀 있던 어린 시절의 기억들도 함께 모습을 드러내는 것 같았다. 그래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떠오르는 이 기억들을 하나씩 기록해 두면 좋겠다는 생각.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지도 모르는 이야기들, 하지만 내 삶 속에서는 분명히 소중했던 이야기들. 오늘은 나무를 심기 위해 산을 정리하다가 오래된 추억 하나를 다시 꺼내 보았다.
🌾그 시절, 우리가 함께였다는 것만으로 충분했던 날들
가끔은 마음이 고단해질 때면, 나는 아주 멀리 돌아가 본다. 명*이, 희*이, 우*이, 삼*이, 명*, 재*이, 명&, *숙, *영이… 이름만 불러도 어깨가 가벼워지는 그 얼굴들. 그 시절 우리는 서로가 친구였고, 형제였고, 세상이었다. 그때 우리는 돈은 없었지만 웃음은 늘 넘쳤고 가진 건 없었지만 마음은 늘 배가 불렀다.
🍘세수 안한 얼굴, 검정 고무신, 그리고 가난이라는 배경
어린 시절의 나는 늘 침을 흘려 턱밑에 때가 잔뜩 껴 있었고 코가 많이 흐른 얼굴은 세수를 하지 않아 늘 지저분 했지만 이상하게도 부끄럽지 않았다. 그건 그저 그때의 나였으니까. 달콤한 간식은 귀했고 덕분에 치아는 누구보다 성했다. 지금 돌아보면 그것도 참 고마운 일이다. 검정 고무신은 늘 밑창이 닳아 걷다 보면 항상 발바닥이 아팠지만 그래도 그 고무신 한 켤레만 있으면 세상 어디든 갈 수 있었다.

🍘학교에서 나눠 먹던 건빵 하나의 기쁨
점심시간이 되면 가끔 학교에서 건빵을 나눠주던 날이 있었다. 그 작은 건빵 하나 하나가 그렇게나 귀하고 설렜던 이유는 그 안에 친구들과 함께 나누는 시간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누가 많이 먹었는지, 누가 한 개라도 더 받았는지, 그 사소한 것까지도 기억에 선명히 남아 있고, 지금처럼 풍족한 시대에는 아마 그 기쁨을 설명하기가 쉽진 않다.
🎯 구슬치기와 딱지, 연실, 그리고 서툴렀던 용기
어느 겨울날, 구슬치기를 하다가 남의 집 요강을 깨뜨렸다. 그날 등짝을 얼마나 맞았던지 등에 난 줄이 저녁까지 뜨거웠다. 하지만 다음 날 또 구슬을 들고 나갔다. 그냥… 놀고 싶었으니까. 또 어떤 날은 연을 너무 열심히 날리다 유리병에 감겨둔 연실을 풀다가 넘어지면서 병이 깨져 팔뚝이 쭉 베였다. 선명한 피색에 놀랐으면서도 혼나는 것이 두려워 다쳤다는 말도 못하고 흰 헝겊으로 대충 감고 다시 들판으로 뛰어나갔다. 그리고 연을 날리다 연이 끊어지면 우리는 바람을 따라 뛰었다. 들판 끝까지, 개울 너머까지. 연을 되찾는 일은 마치 우리 자신의 한 조각을 되찾는 것 같았다.
🔥쥐불놀이하던 밤, 불꽃처럼 타오르던 웃음
정월 대보름이 다가오면 좁디 좁은 벌판에 나가 우리는 깡통에 불씨를 넣어 허공에 원을 그렸다. 휘돌아가는 불의 궤적은 마치 별이 땅 위로 내려온 것 같았다. 그러다 실수로 불을 내게 되어 몇몇은 도망치고, 몇몇은 숨고, 남은 며칠은 동네가 시끄러웠다. 그럼에도 이상하게 그 밤은 지금 생각해도 따뜻하게 남아 있다. 불꽃 때문일까, 아니면 그때 우리가 함께였기 때문일까?
🌙그 모든 순간이 지금의 나를 이루고 있다
그 시절은 부족했고, 거칠었고, 투박했다. 하지만 그 속에는 서로가 있었고, 웃음이 있었고, 사랑이 있었다. 지금의 나는 그 기억들을 안고 어른이 되었다. 때로는 돌아갈 수 없기에 더 따뜻한 시절. 가난했지만 풍족했고, 힘들었지만 행복했던 시절. 그 시절의 나는 지금의 나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괜찮아. 너는 이미 사랑받았고 이미 행복했던 사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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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공기와 아궁이 불의 따뜻함 속에서 시작되었던, 가장 순하고 조용했던 시절의 하루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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