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들장은 시골집의 가장 큰 혜자다.
구들장을 데우는 일, 몸이 기억하는 시간 저번 주에 시골에 들어가 구들장을 데워 줄 나무를 했다.사실 처음부터 직접 나무를 할 생각은 아니었다. 나무를 사서 쓰는 게 요즘엔 더 흔하고, 몸도 덜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땔감용 나무를 주문해 두었다. 하지만 이 집으로 들어오는 길이 문제였다.거리가 멀고, 부귀리를 지나고 오는 마지막 15분-20분의 길은 좁고 험하다. 트럭이 들어오기 쉽지…
구들장을 데우는 일, 몸이 기억하는 시간 저번 주에 시골에 들어가 구들장을 데워 줄 나무를 했다.사실 처음부터 직접 나무를 할 생각은 아니었다. 나무를 사서 쓰는 게 요즘엔 더 흔하고, 몸도 덜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땔감용 나무를 주문해 두었다. 하지만 이 집으로 들어오는 길이 문제였다.거리가 멀고, 부귀리를 지나고 오는 마지막 15분-20분의 길은 좁고 험하다. 트럭이 들어오기 쉽지…
아침은 늘 고요하게 시작되지 않는다. 열 마리가 함께 살아가는 집의 하루는 눈 뜨기 전부터 이미 움직이고 있다. 누군가는 잠자리에서 먼저 깨어나고, 누군가는 부엌 쪽을 기웃거리며 “오늘도 어김없이 하루가 시작되는구나” 하고 알려준다. 시계보다 정확한 건 고양이들의 몸이다. 조금 늦게 나가면 고양이들이 문 앞에서 우리가 나오기를 간절하게 기다린다. 너무 늦으면 문을 긁기도 하고 야옹 소리로 배고픔을 알리기도…
귀촌은 어느 날 갑자기 결정한 일이 아니었다. 오래전부터 마음 한편에 쌓여 있던 생각들이 조금씩 무게를 더하다가, 결국 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 선택이었다. 이 글은 도시를 떠나 시골로 돌아오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그 이후의 삶을 기록한 귀촌일기 1부 부터 10부 까지를 묶은 정리 글이다. 누군가에게는 막연한 로망일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선택일 수도 있는…
1. 설레는 첫 삽, 삼막골 텃밭의 시작 집 수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될 무렵, 드디어 꿈에 그리던 텃밭 농사를 시작했습니다. 상추, 치커리, 브로콜리, 시금치 같은 쌈 채소부터 고추, 가지, 그리고 든든한 감자까지. 욕심껏 모종을 사다 심으며 풍성한 식탁을 상상했습니다. 흙을 만지는 그 설렘은 도시에서는 결코 느껴보지 못한 생소하고도 벅찬 감동이었습니다. 2. 시골 날씨의 무서움: 너무 서둘렀던…
1. ‘집 주인’을 넘어 ‘삼막골 주민’이 되기 위한 인사 오랜 시간 공들인 집 수리가 끝나고, 이제는 집 안이 아닌 집 밖으로 시선을 돌릴 때가 되었습니다. 고향이라곤 하지만 수십 년을 떠나 있었으니, 마을 분들에게 저는 반가운 얼굴이기도 하고 동시에 낯선 외지인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아내의 요양을 위해 머물 곳이기에, 마을 분들과의 첫 단추를 잘 끼우는 것이 무엇보다…
🐦어느덧 세 번째 기록 그날 이후로 까마귀를 보는 시간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요즘도 시골에 가면 녀석들을 유심히 바라보게 됩니다. 처음에는 그저 먹이를 주는 일이었는데, 이제는 어딘가 사람을 기다리는 것 같다는 느낌이 먼저 듭니다. 녀석들은 사람을 알아보고, 우리가 오는 시간을 기억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1. 먹이보다 앞선 ‘질서’의 발견 먹을 것을 주기 시작했을 때는 두 마리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새…
1. 담장을 허물고 흙을 채우다 우리 집 수리 공사 중 가장 규모가 컸던 일 중 하나는 바로 화장실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구식 건물의 기초를 높이고 현대식 화장실을 앉히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엄청난 양의 흙이 필요했습니다. 결국 정든 돌담의 일부를 허물어 길을 내고서야 대량의 흙을 들여와 기초를 돋울 수 있었습니다. 기초를 돋울 때는 장비가 들어오지 못해서 인부들과 형님,…
1. 보이지 않는 혈관, 수도 배관을 잇다 집의 뼈대인 서까래와 심장인 전기를 정비했으니, 이제 피가 흐르게 할 차례였습니다. 다행히 마을 배관에서 집 계량기까지는 수도가 들어와 있었지만, 이를 집 안 곳곳으로 연결하는 것은 별개의 숙제였습니다. 편안 시골 생활을 위하여 부엌에는 냉수를 직접 연결하고, 안방 보일러를 거쳐 온수까지 콸콸 나오도록 배관을 짰습니다. 이제 시골집에서도 따뜻한 물로 설거지할…
1. 왜 우리는 밤나무를 심게 되었을까 시골에 내려와 살기 시작한 첫 1~3년 동안은 밤나무를 심을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가을이면 주변 밤나무에서 떨어지는 밤을 주워도 충분했고, 겨울까지 보관해 두었다가 제사에 쓸 만큼은 늘 넉넉했다. 그건 전적으로 큰 형님 덕이었다. 마을 이장을 맡고 계시던 형님 덕분에 귀향 초기에 마을에 자리 잡는…
1. 허물어진 돌담, 그리고 사라진 장인의 손길 화장실을 새로 짓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돌담의 일부를 허물어야 했습니다. 공사가 끝난 뒤 다시 돌담을 쌓으려 큰형님, 동네 아저씨와 머리를 맞댔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이 담을 처음 쌓으셨던 분은 방고래까지 설치한 마을의 장인이셨는데 이미 오래전에 작고 하셨고, 그 옛날의 정교한 방식을 재현할 길은 막막했습니다. 60년이라는 기나긴…
2024년, 마당에는 다시 새 생명이 찾아왔다. 미투(아래 사진 맨 왼쪽), 코순이(아래 사진 두 번째), 비통이(아래 사진 세 번째). 이 세 아이의 탄생으로 마당의 질서는 또 한 번 달라지기 시작했다. 미투는 치즈색 털을 가진 아이였다. 미래와 너무 닮아 있어 자연스럽게 **‘미투’**라는 이름을 붙였다. 아직 확실하진 않지만, 아마도 아빠는 미래가 아니었을까 조심스레 짐작해 본다. 삼색 고양이인 코순이와…
1. 가옥의 안전을 위협하는 거대한 이웃들 삼막골 집 수리를 마무리하며 가장 큰 고민거리는 집 주변을 둘러싼 거대한 나무들이었습니다. 뒤뜰에는 집을 집어삼킬 듯 서 있는 두 그루의 은행나무가, 수돗가 옆에는 밤나무가, 그리고 지금의 쥐똥나무 울타리 안에는 커다란 호두나무가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운치는 있었지만, 나무들의 나이가 워낙 많아 비바람이 몰아칠 때면 거대한 가지가 지붕을 덮치지 않을까 늘…